국제 국제일반

[피플 인 이슈]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

인사실패·물가폭등… 막다른 골목 내몰려 취임 8개월만에 지지율 10%대 곤두박질<br>野선 내각총사퇴 통한 조기총선 강력 압박… 버티기로 맞서며 외교성과 통해 반전 노려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ㆍ72) 일본 총리가 취임 8개월여만에 '정치력 부재'로 막다른 골목에 내몰리고 있다. 고위공직자 인선에 실패한데다 기름값 급등에 따른 물가 급등을 억제하지 못해 그의 지지율은 역대 총리로는 최악인 10%대로 떨어졌다. '신중거사(愼重居士)'라는 별명을 가진 그가 50년 자민당 집권의 종지부를 찍겠다는 야당의 퇴진 공세를 잠재울 것인가. 후쿠다 총리는 지난 1976년 총리를 지낸 아버지 후쿠다 다케오(福田赳夫)에 이어 한세대 후에 총리를 맡아 일본 헌정 사상 첫번째 부자(父子) 총리로 지난해 9월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화려하게 취임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바통을 이어받은 그는 참의원 선거 참패로 위기에 빠진 자민당을 구하고 국정 난맥을 풀어갈 구세주로 기대를 모았다. 취임 직후 지지율도 58%에 달해 충족시키는 듯 했다. 하지만 그는 취임후 곧바로 현실의 장벽에 부딛쳤다. 참의원(상원)을 장악한 야당과의 대치 정국에서 변변한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 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재무성 출신 인사를 두번이나 일본은행 총재 후보로 밀어 부쳤지만 번번히 부결되면서 20일 동안 중앙은행 공백 상태를 자초했다. 4월에는 참의원의 거부권 행사에도 불구하고 휘발유세를 부활시켜 일본 국민의 분노를 샀다. 그의 지지율은 이내 곤두박질 쳤다. 지난달 17~18일 실시된 아사히신문 조사에 따르면 후쿠다 내각에 대한 지지율은 19%을 기록했다. 10%대 지지율은 2001년 퇴진한 모리 요시로(森喜郞) 내각 이후 처음이다. 일본 국민과 매스컴은 후쿠다 총리보다 제 1야당 총재인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의 움직임에 주목한다. 야당은 퇴진 요구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제1 야당인 민주당은 자민당 장기 집권을 종식시키겠다며 호언장담하고 있다. 자민당은 지난 1955년 결성 이후 1990년대 초반 8개월을 제외하고 줄곧 정권을 잡아왔다. 오자와 민주당 대표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안에 50년간의 자민당 정권 독점 역사에 종지부를 찍을 것"이라며 "정권 붕괴는 단지 시간 문제일 뿐"이라며 장담했다. 최근 여론 조사도 야당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민주당 지지율은 26%로 자민당 지지율 22%를 사상 처음으로 추월 당했다. 지금 당장 총선이 실시될 경우 비례대표로 민주당에 투표하겠다는 응답이 39%로 자민당(23%)을 크게 앞질렀다. 야당은 내각 총사퇴를 통한 조기 총선을 주장한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민주당 간사장은 "총리문책 결의안을 내고 내각 총사퇴, 총선거 실시를 강력하게 요구할 방침"이라며 몰아 부쳤다. 이에 후쿠다 내각은 버티기로 맞서고 있다. 자민당은 총리 교체나 조기 총선 모두가 정국을 타개할 방안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총리 교체로 민심을 되돌리기엔 민심이 너무 싸늘하다. 중의원 해산을 통해 조기 총선이 대안이라는 자민당 내부의 목소리도 있지만 민주당에 정권을 자진 헌납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로 곧 사라졌다. 자민당의 차기 총리 후보로 꼽히는 코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전 방위상은 "지금 조기 총선을 치를 경우 야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손자(孫子)는 승산 없는 싸움은 하지 말라 했다"고 말했다. 후쿠다 총리는 시간을 벌면서 반전을 노린다는 전략이다. 특유의 장점인 친화력 있는 외교력을 바탕으로 국제무대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얻고 이를 통해 추락한 지지율을 회복하겠다는 심산이다. 지난달 28~30일 요코하마에서 열린 4차 아프리카개발 도쿄국제회의(TICAD)에서 보인 후쿠다 총리의 강행군이 이를 대변한다. 후쿠다는 40명 아프리카 정상들과 일일이 개별 회담을 가졌다. 오는 7월 7일부터 3일간 일본 홋카이도에서 열리는 선진8개국(G8) 정상회담도 후쿠다 총리가 놓칠 수 없다. 자국에서 열리는 행사인 만큼 외교력을 과시할 수 있는 기회다. 후쿠다는 성공적인 G8 외교를 위해 곧바로 유럽으로 향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 니콜라스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등과 연쇄적으로 정상회담을 갖는다. 후쿠다 총리는 정치 명문가 출신이다. 그는 후쿠다 다케오 전 총리의 장남으로 1936년 군마(群馬)현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그는 정치에는 관심이 없었다. 1959년 와세다대를 졸업하고 17년간 석유회사에 다녔다. 하지만 정치에 관심이 높았던 동생이 건강이 악화되자 가업을 잇기 위해 40대에 늦깎이로 정치에 뛰어들었다. 1976년 총리에 오른 아버지의 비서를 시작으로 정치에 입문, 1990년에는 아버지의 지역구를 물려받아 중의원에 당선됐다. 이후 외무차관, 자민당 외교부장을 거쳐 모리 요시로 정권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정권에서 역대 최장수 관방장관을 수행했다. 그는 '막후 실력자', '2인자'로 불리며 거칠 것이 없었지만 2004년에 불거진 국민연금 미납문제로 끝내 관방장관 자리를 내주었다. 이후 정계와 일정거리를 유지해 정계 은퇴설까지 나왔다. 하지만 아베 총리의 잇단 실책과 2007년 7월의 참의원 참패는 그에게 회생의 기회를 줬다. 경쟁자인 아소 타로(麻生太郞) 압도적인 표차로 물리치고 자민당 총재에 선출돼 총리에 올랐다. ● 후쿠다 야스오 총리 약력 ▲ 1936년 군마현 출생 ▲ 1959년 와세다대 경제학과 졸업 ▲ 1959년~76년 마루젠 석유회사 근무 ▲ 1977년~78년 내각총리 비서관 ▲ 1990년~ 중의원 의원 ▲1995년~96년 외무 정무차관 ▲ 1996년~ 자민당 외교부회장 ▲ 2000년~04년 관방장관 ▲ 2007년 9월~ 자민당 총재, 91대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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