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24시간 학원' 없어도 된다

우리나라만큼 24시간 영업 업소들이 많은 곳도 없다. 편의점은 물론 할인마트, 찜질방, 음식점 등 업종도 다양하다. 여기에 새로운 업종이 하나 추가되게 생겼다. 바로 ‘24시간 학원’이다. 최근 서울시의회가 학원들의 24시간 교습 허용을 골자로 한 학원조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어린 학생들이 새벽까지 학원으로 내몰려 건강을 해치게 될 것이라며 철회하라는 요구가 학부모와 학생, 교원단체 등 사회 전방위에서 거세지고 있다. 심지어 불필요한 규제 철폐에 앞장서겠다던 이명박 대통령도 “공교육을 망칠 수 있다”며 우려의 뜻을 표했고 학원들마저 “학원 간 과도한 경쟁구도가 형성돼 일부 대형학원만 살아남게 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조례를 주도한 정연희 서울시의회 교육문화위원장은 “대통령이 잘 몰라서 한 말이다. 공부하다 피곤해서 죽었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며 해괴한 논리를 펴고 있다. 사실 상당수 사설학원이 현재 오전5시에서 오후10시로 제한하고 있는 교습시간 규정이 무색하도록 새벽2~3시까지 심야 강의를 하고 있다. 어찌 보면 사문화(死文化)된 조항을 없애는 규제 철폐 시도라고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규제 철폐가 능사는 아니다. 철폐 대상은 효율성을 저해하는 불필요한 규제이지 모든 규제가 다 없어져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후10시까지라는 규제라도 있기 때문에 최소한 새벽2시가 되면 아이들이 집에 갈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학원에서 밤새고 학교 가는 일이 생길 것이다. 규제가 지켜지지 않는다고 이를 없앨 생각을 하기에 앞서 이를 지키지 않는 학원 단속을 강화해 바로잡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더 나아가 우리 아이들이 새벽까지 학원에서 수업을 들어야 할 정도로 망가진 공교육을 바로 세워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이번 조례 개정안 제정과정에 대형학원들의 로비가 있었다는 의혹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24시간 교습 허용 여부는 18일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학원들까지 24시간 ‘영업’에 뛰어들 필요는 없다. 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서울시의원들은 반드시 생각해보고 회의에 참석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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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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