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산업은행에 따르면 농협∙우리은행∙신한은행∙정책금융공사 등 ㈜STX채권단이 산은에 자율협약 동의서를 보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산은은 회사채 2,000억원의 만기가 임박한 만큼 채권단에 이날까지 자율협약 서면으로 동의를 요청했다. 산은이나 정책금융공사 등을 제외한 나머지 채권은행은 개인∙기관이 투자한 회사채를 대납할 경우 모럴해저드 논란이 생길 수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표출하고 있다. 더욱이 이번에 회사채 2,000억원을 지원하더라도 올해 말까지 ㈜STX에 추가로 2조8,0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도래한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위험을 감수하고 높은 이자를 받던 회사채 투자자를 은행이 보호해주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면서 "앞으로 계속해서 회사채 만기가 도래할 텐데 이번 지원이 좋지 않은 선례로 남을 수 있어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채권단의 최종 의사결정은 14일 혹은 15일로 미뤘다. ㈜STX 회사채 지원과 자율협약 수용 여부를 내부적으로 좀 더 검토한 뒤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진통은 겪고 있지만 채권단이 결국에는 자율협약에 동의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자율협약에 합의하지 못하고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이나 법정관리에 들어간다면 충당금 문제가 불거지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금융감독 당국이 회사채 시장 경색을 우려해 막판 조정에 나설 수 있다는 점도 협약 체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금융감독 당국 관계자는 "㈜STX의 회사채를 막지 못하면서 웅진 사태로 가뜩이나 얼어붙은 회사채 시장은 더욱 경색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산은은 채권단의 100% 동의가 이뤄지지 않아도 ㈜STX에 대한 회사채 지원에 먼저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급한 불을 끈 뒤 채권단 비율에 따라 정산하겠다는 얘기다. 실제로 산은은 지난 4월 STX조선해양 때도 채권단의 동의 절차가 지연되자 6,000억원의 긴급자금 중 1,500억원을 선지원한 적이 있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채권단의 의사결정이 늦어지는 건 자율협약에 반대해서라기보다는 이번에 문제제기를 통해 앞으로 도래할 회사채 지원 부담을 줄여보려는 의도가 아니겠느냐"며 "최종적으로는 자율협약에 동의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