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금보다 비싼 토마토 종자

김영민 특허청장


토마토는 다양한 색깔을 가진 대표적인 '컬러 채소'다. 주로 붉은색이 많지만 '그레이트 화이트' 품종은 노란색을 띠고 '흑색 토마토'로 불리는 쿠마토(Kumato)는 검붉은 색이 돈다.

시설재배가 보편화하면서 여느 채소와 마찬가지로 토마토의 출하 시기도 따로 없는 것 같다. 집 근처 마트의 채소·과일 코너에 '짭짤이 토마토' 하며 흑색 토마토까지 다양한 종류의 토마토가 일찍 눈에 띈다.

이 중 흑색 토마토는 가격은 조금 비싼 편이지만 항산화물질과 비타민C 함량이 높아 건강을 챙기는 주부에게 인기라고 한다. 흑색 토마토는 종자 가격이 높은 토마토인데 1g 가격이 7만5,000원으로 금보다 비싸다. 갈라파고스제도의 자생종을 스위스 다국적 농업회사인 신젠타(Syngenta)가 개량한 것인데 종자 가격만을 봐도 부가가치가 얼마나 큰지 가늠할 수 있다.


현재 종자산업의 세계 시장 규모는 약 450억달러로 추산되고 매년 5% 내외의 성장을 하고 있다. 이런 종자산업은 종종 반도체산업에 비유되곤 한다. 인간이 만든 물건 중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관련 산업에서 꼭 필요한 핵심 부품 소재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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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두 가지 산업의 우리나라 경쟁력은 천양지차다. 지난해 전 세계 반도체 매출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인텔·퀄컴과 함께 주요 기업에 들어간 반면 우리나라의 종자 수출은 세계 30위권에 머물고 있다. 이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종자기업을 키워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 종자 시장의 50% 이상을 외국계 기업이 점유하고 있다. 청양고추의 품종 보호권도 외국 기업이 갖고 있어 로열티를 내면서 먹고 있다.

외국 품종 의존으로 우리나라가 낸 로열티가 지난 2009년 이후 매년 150억원이 넘는다. 대체 품종을 개발하지 못하면 앞으로 10년간 지불해야 할 로열티가 2,9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정부에서는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2012년부터 국내 종자산업 중흥을 위한 '골든 시드 프로젝트'를 범부처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말 그대로 금보다 비싼 종자를 개발해 종자산업 경쟁력을 키우고 종자 주권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종자산업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지식재산권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허청도 골든 시드 프로젝트에 힘을 보탤 계획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종자산업과 관련한 지재권 협력을 추진키로 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특허와 품종 보호에 관련된 정보·교육·컨설팅 등을 연구자들에게 제공하고 종자 관련 연구개발(R&D) 기획에서부터 강한 특허권과 품종 보호권이 나올 수 있도록 지재권 획득 전략 지원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전략적 R&D와 공격적 설비 투자로 반도체산업에서 비교적 짧은 기간에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한 경험이 있다. 종자산업에서도 민간과 정부가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 '작지만 강한 종자기업'들이 탄생하고 우리의 종자산업이 꽃을 피우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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