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세무조사 고삐 죄는 국세청

금융회사서 대기업·외국기업까지 전방위 공세


대법인·대재산가의 지능적 탈세 등에 초점을 맞춰 세무조사를 진행하겠다는 국세청이 '탈세혐의'가 있는 기업에 대한 조사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재계에서는 "기업의 투자의욕을 꺾는다"고 우려를 제기하고 있지만 국세청은 "탈세혐의가 있는 기업마저 세무조사를 하지 말라는 것은 직무유기를 조장하는 것"이라고 항변한다.

세무조사를 무분별하게 확대하지는 않겠지만 탈세혐의가 있는 기업은 철저하게 보겠다는 것이다. 특히 일부 세무조사가 이명박 정부와 선을 긋기 위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해석에 대해서는 "너무 과도한 해석이다. 전혀 그런 의도가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최근의 세무조사가 세금이 덜 걷히는 양상이 너무 뚜렷하자 조사의 대상과 강도를 더 확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올 들어 지난 5월 말까지 정부의 세금징수 실적은 82조1,26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때보다 9조원 줄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국세징수는 목표액(210조원)보다 많게는 25조원가량 부족할 것으로 전망되는 실정이다.

이 때문인지 연초부터 국세청의 칼날은 매서웠다. 금융계는 물론 대기업, 역외탈루 혐의 기업, 외국계 기업 등이 모두 망라돼 있다.


금융계에서는 2월 SC은행과 국민은행을 시작으로 신한은행ㆍ농협중앙회 등에 대해 고강도 세무조사를 단행했다. 조사인력도 정기조사 때보다 2배나 많은 인원이 투입되고 기간도 4~5개월로 길게 잡고 있어 해당 은행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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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방국세청은 최근에는 한화생명에 대한 전격 조사에 착수했는데 금융계에서는 국세청이 한화그룹의 역외탈세와 비자금 조성 혐의를 포착하고 그룹 차원의 전방위적인 세무조사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LG그룹이나 SK그룹 등 대기업 계열사에 대해서도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LG그룹 계열의 종합무역상사인 LG상사에 대해 2009년 이후 4년 만에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다. 지난해 LG전자, 올 2월 LG디스플레이에 이어 LG상사도 세무조사 대상이 된 것이다.

국세청은 또 SK그룹 핵심 계열사이자 국내 종합상사 1위 업체인 SK네트웍스에 대한 세무조사도 진행하고 있다. SK네트웍스는 2005년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은 만큼 이번 조사는 정기 세무조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SK그룹 오너인 최태원 회장이 구속된 상황에서 세무조사가 이뤄지고 있어 배경에 대한 관심이 높은 상황이다.

이와 함께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를 받고 있는 CJ그룹의 계열사인 CJ푸드빌에 대해서도 국세청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CJ푸드빌은 패밀리 레스토랑인 빕스와 프랜차이즈 빵집 뚜레쥬르 등 14개 브랜드를 갖고 있다.

역외탈세 혐의가 있는 기업도 집중 조사대상이다. 조세회피지역인 버진아일랜드 등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것으로 드러난 효성ㆍOCI 등이 대상이다. 효성의 경우 ▦이명박 전 대통령과 사돈관계에 있는 기업이라는 점 ▦국세청이 대기업 역외거래에 대한 조사를 강화하고 있는 점에 주목해 이번 조사도 특별한 배경이 있을 것으로 재계는 관측하고 있다. 국세청은 이들 기업을 포함해 모두 23개 역외탈세 혐의가 있는 기업에 대한 동시 세무조사에 들어가 있다.

세수확보를 위해 세무조사를 강화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가뜩이나 경기가 좋지 않아 세무조사 대상을 지난해와 같은 수준으로 동결하고 중소기업은 대상을 줄였다"면서 "세무조사는 민생침해, 고소득 자영업자 소득탈루, 지능적 탈세 등 4대 분야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이철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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