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크론(065950)ㆍ웰크론강원(114190)ㆍ웰크론한텍(076080) 등의 코스닥 상장사를 보유한 웰크론그룹의 이영규 회장은 지난 2002년 서울 구로디지털단지에 회사 터를 잡았다. 당시 한국토지공사로부터 40억원에 매입한 부지(3,898㎡)의 현재 가격은 구로디지털단지 내 입주 기업이 늘면서 토지 매입 이후 지은 본사 건물을 제외하고도 177억~201억원 수준까지 올랐다.
원전 계측기 등을 주력으로 제조하는 우진(105840)은 1999년 경기도 화성시 동탄면에 정밀 계측기 협동화 단지를 준공했다. 약 2만8,760㎡의 부지 안에 본사 건물과 공장, 관계사까지 입주했다. 이 부동산의 장부가치는 100억원 수준이지만 해당 지역 부근이 동탄 2기 신도시로 개발되면서 시가로 1,300억원 수준까지 올랐다.
최근 최경환 경제부총리 2기 경제팀의 정책 효과로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자 주식 시장에서도 알짜 부동산을 보유한 상장사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투자 목적은 아니지만 남들과는 다른 예리한 촉으로 부동산을 사들인 기업의 장부가는 현재 시세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라 자산 재평가를 할 경우 자산 가치 상승 효과로 주가에도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자산 재평가를 하지 않더라도 시장에서는 부동산 가치를 반영해 기업 가치를 평가하기 때문에 주가에 긍정적이라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책 효과로 부동산 가격이 상승세를 탄다면 부동산 비중이 높고 수익성이 받쳐주는 기업도 수혜를 볼 가능성이 크다.
22일 KDB대우증권은 부동산 규제 완화로 수혜를 볼 수 있는 기업으로 파라다이스(034230)·리홈쿠첸(014470)·아모레퍼시픽(090430)·노루홀딩스·GS리테일·농우바이오·동원시스템즈 등을 꼽았다. 시가총액 2,000억원 이상, 자산 대비 토지 및 투자 부동산 비중이 30%가 넘는 30개 기업 중 자기자본이익률(ROE) 상위 기업을 선정했다.
김상호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으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한다면 장부가치 측면에서 부동산 비중이 높은 업체의 주가가 상승세를 탈 수 있다"며 "부동산 자산주의 부동산 가치는 장부가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은데 자산 재평가가 이뤄진다면 자산 가치 상승 효과 덕분에 시장에서 호재로 인식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부동산 자산주 중 수익성이 좋은 업체를 선별한다면 정책 효과가 부동산 가격 상승을 유도하지 못할 경우에도 주가 하락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주식 시장에서 자산 재평가 기대감에 주가가 상승세를 보이는 사례는 쉽게 찾을 수 있다. 최근 금융당국이 증권업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 방안을 내놓으면서 증권주가 상승세를 타고 있는 가운데 교보증권의 오름폭은 경쟁 증권사보다 훨씬 컸다. 실적 개선세가 두드러진 점도 있지만 여의도 사옥의 장부가치 상승 효과가 부각됐기 때문이다. 교보증권 여의도 사옥의 장부가치는 1,760억원인데 현재 시가는 2,9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최근 상승세를 타는 교보증권의 주가는 이날 장중 52주 신고가인 8,75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 같은 효과 때문에 소액주주가 직접 나서서 기업의 자산재평가를 요구하기도 한다. 성창기업지주(000180)는 부산 다대포에 장부가 기준 1,495억원 규모의 본사 부지(15만1,636㎡)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 해안 일대가 2025년까지 해양관광단지로 개발될 계획이 발표되면서 공시지가가 2,890억원까지 상승했다. 이에 따라 소액주주는 적자를 기록한 성창기업지주에 자산 재평가를 요구하고 있다. 김영옥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성창기업지주 입장에서는 자산가치 재평가를 해도 실체적인 이득이 없고 세금 부담이 커져 자산 가치 재평가를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지방자치단체가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다 인근 주민도 개발을 원하고 있어 정황상 매각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