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무 부처인 재정경제부는 물론 법안의 형평성과 합리성을 판단하는 입법 전문위원들도 일관된 반대 입장을 고수했는데도 외감법 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경부와 입법 전문위원들은 “회계감사에 대해 유일한 권한을 갖고 있는 회계법인의 부실회계 입증 책임을 완화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지만 단 한차례의 공청회도 거치지 않고 국회에서 통과됐다. 지난 19일 열린 재경위 금융소위를 계기로 외감법 개정안은 사실상 국회에서 통과된 것으로 지적된다. 이날 금융소위는 금융위원회 설치 등 정부조직 개편을 둘러싼 여야 대치 등으로 어수선했고 외감법은 한번의 검토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은 채 즉시 가결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조직법 개편과 이명박 정부 장관 인사청문회를 둘러싼 여야의 대치 속에 외감법 개정안이 파묻혀 제대로 된 찬반논의와 검증작업 없이 통과된 것으로 평가된다.
외감법 개정안은 지난 2006년 10월 이종구 한나라당 의원의 입법 발의로 모습을 드러냈다. 정부와 관련 업계가 “문제점이 많다”며 일관된 반대 입장을 보였지만 이렇다 할 의견수렴 과정도 없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고 말았다.
법안을 검토한 입법 전문위원조차 “회계법인의 부실 입증 책임을 삭제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지만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입법 발의 때부터 정부는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며 “의원들이 강력하게 추진한 게 통과 배경”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공인회계사회를 비롯한 회계법인들이 자신들의 부실회계 책임을 완화하기 위해 물밑에서 치열한 로비를 펼쳤고 결국 이것이 먹혀들었다”는 루머가 번져나가고 있다.
이종구 의원이 입법 발의한 시기에 이계안 의원도 관련 법안인 증권거래법 개정안을 통해 회계법인의 부실회계 입증 책임 부분을 삭제했고, 더 나아가 부실 공시 책임에 있어서도 ‘중요성 요건’을 추가해 중요한 공시에 대해서만 회계법인이 책임을 지도록 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이종구 의원은 경제관료 출신으로 누구보다도 금융ㆍ회계시장의 메커니즘과 신뢰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며 “그런데도 이런 내용의 외감법 개정안을 발의한 이유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