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발생부터 대응까지 후진국 전형 보여준 돌고래호 사고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또 일어났다. 제주 추자도 인근 바다에서 낚시어선 '돌고래호'가 전복돼 10명이 시신으로 떠올랐다. 우선 희생자들과 유족들에게 조의를 표하며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구사일생으로 구조된 생존자 3명도 하루바삐 건강을 되찾기 바란다. 당국은 실종자 수색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이번 사고는 발생에서 대처까지 해묵은 과제를 다시금 드러냈다.


인간의 의지로 통제할 수 없는 바다에서의 재난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문제는 평소의 안전의식과 시스템이 갖춰져 있었는지, 사고 발생시 즉각 구조체계가 발동했는지 여부다. 불행하게도 이번 사고는 어떤 관점에서든 후진국형 사고다. 당장 승선인원조차 불분명하다. 승선기록에는 22명이 등재돼 있다지만 타지 않은 사람이 적혀 있고 기록에 없는 사람도 배에 올랐음이 드러났다. 부정확한 승선기록은 해상 안보를 위해서도, 밀입출국 근절을 위해서도 반드시 고쳐야 할 고질적 병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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숱한 사고를 겪었으면서도 개개인의 안전의식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는 점도 확인됐다. 사망자 가운데는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은 채 아이스박스에 몸을 묶은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사고 선박이 최소한의 안전장비를 얼마나 갖췄는지 조사할 필요가 있다. 규명해야 할 과제는 무수히 많다. 5년 전에도 표류사고를 냈다는 돌고래호는 왜 8년간 안전검사를 받지 않았나. 양식장 그물 혹은 철망에 걸린 채 옆에서 너울이 들이쳐 낚시어선이 전복됐다는데 양식장 위치 관리와 항로지도는 온당했을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후대응이다. 생존자를 구해낸 것은 이번에도 민간어선이었다. 사고 해역에 해군·해양경찰의 함정은 물론 해군 대잠초계기, 공군 수송기까지 투입돼 실종자를 수색하고 있다지만 처음부터 그랬나. 대통령의 관심 표명이 나온 후에야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면 긴급 재난대응마저 권력의 눈치만 살핀다는 얘기에 다름아니다. 제대로 된 재난대응 시스템은 과연 요원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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