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는…" 안철수 멘토의 따끔한 한마디
"모든 것이 규제로만 가고 있다" 安 멘토 이헌재, 경제민주화 비판새누리는 태생적 한계… 민주, 머리·몸 따로 놀아재벌은 자연적으로 소멸… 이젠 대체산업 논의할 때순환출자도 단계 접근을
유병온기자 rocinante@sed.co.kr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의 정책 멘토인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는 17일 "경제민주화가 모든 것이 규제로만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정치권에서 논의 중인 경제민주화에 대해 "재벌개혁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라며 "새누리당은 선명성ㆍ이념투쟁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있고 민주통합당 역시 좌파적 색깔만 강조해 머리와 몸이 따로 노는 제각각"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이 전 부총리는 최근 안 후보가 내놓은 재벌개혁 방안에 대해서도 일부 부정적 견해를 드러내기도 했으나 '선자율ㆍ후조치'라는 큰 틀의 방향성에는 공감대를 표시하며 안 후보에 대한 지원사격에 나섰다.
이 전 부총리는 이날 서울 광화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사단법인 오피니언리더스클럽 경제기자회 정례포럼에 참석해 최근 대선 국면에서의 핵심 정책 이슈인 경제민주화 등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이른바 '모피아의 대부'로 불리는 이 전 부총리가 안철수 캠프에서 자문역할을 하고 있는 것을 두고 논란이 계속돼온 뒤 언론과의 접촉을 꺼려왔던 터라 그의 이번 강연은 더욱 이목을 끌었다.
이 전 부총리는 경제민주화 논의 중 가장 빈번하게 언급되고 있는 재벌개혁을 두고 "재벌 그 자체에 관점을 가질 게 아니라 대체산업을 어떻게 키워나갈 것이냐, 대체산업을 키우는 데 재벌이 걸림돌이 되는지 등의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소위 과거형 재벌식 기업이 더는 생존능력이 없어 새로운 기업에 의해 대체돼야 하는데 공정한 경쟁질서와 기회가 보장되지 않아 대체세력이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총수의 지분 희석이 불가피해지는 등 재벌의 소멸이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어서 오히려 이를 대체할 산업을 키워나가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여야의 경제민주화 정책에 대해서도 거침없는 '쓴소리'를 이어갔다. 새누리당의 정책을 두고서는 "경제민주화 논리는 김종인 위원장이 논의를 이슈화해서 시작했는데 오히려 새누리당에 부담이 된 것 같다"며 "당의 태생적 한계 때문에 어려움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순환출자 전면 금지 등 소유구조 규제에 집중하고 있는 민주통합당에 대해서는 "눈앞의 현실은 순환출자로 돼 있는데 별안간 당위성 때문에 당장 끊으라고 하는 것보다는 단계적 접근 방식이 좋다"며 "소유규제에 더해 행위규제가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이 전 총리는 안 후보가 최근 재벌개혁 방안으로 내놓은 연기금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에 대해서도 "국가 간섭이 될 수 있고 규제와 탈규제 문제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며 부정적 입장을 나타내는 등 일부 비판적 견해를 내놓았다. 그러나 그는 현실을 고려한 단계적 접근을 강조해 '선자율ㆍ후조치' 형태를 띠는 안 후보 방안에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그는 경제민주화 말고도 최근 산업은행 및 우리금융의 매각 이슈 등 우리나라 경제 전반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비교적 소상히 밝혔다. 이 전 부총리는 "산업은행의 100% 민영화는 반대하지만 기업공개(IPO)는 필요하다"고 했고 우리금융을 두고서는 "예금보험공사와 맺은 양해각서 때문에 은행으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못하고 있고 매각 방식에도 변화를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