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디자인 입혔더니 범죄 줄었네

외진 골목길에 밝은 조명·노란색 전봇대 등 설치 '지킴이' 효과

지난해 10월 CPTED를 적용한 서울 마포구 염리동의 골목길. 노란색이 입혀진 전봇대에는 번호와 골목길 안내도가 부착됐고 계단은 밝은 색깔로 옷을 갈아입었다. /사진제공=서울시

서울의 대표적인 달동네로 꼽히는 마포구 염리동은 좁은 골목길이 거미줄처럼 나 있는데다 조명시설까지 열악해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공포에 떨던 곳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서울시가 범죄예방디자인(CPTED)을 적용한 뒤 이곳은 180도로 바뀌었다.

무섭던 골목길은 '소금길'이라는 이름을 단 1.7㎞ 길이의 운동 코스로 변신했다. 전봇대마다 1번부터 69번까지 번호가 달렸고 주요 지점에 신체부위별 운동을 할 수 있도록 기구와 안내판이 설치됐다. 더 많은 사람들이 다니도록 유도해 범죄 가능성을 줄이겠다는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마을 곳곳에는 밝은 조명과 감시카메라ㆍ비상벨을 갖춘 지킴이집이 배치됐다.


이 같은 마을 시스템의 변화는 주민들의 불안을 크게 덜어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가 지난해 10월과 올 3월 두 차례에 걸쳐 염리동 주민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개월간 주민 자신과 가족에 대한 범죄 두려움은 각각 9.1%, 13.6% 줄었고 동네에 대한 애착은 13.8% 커졌다. 실제 범죄 발생률 감소 여부는 더 연구를 진행해야 나타나겠지만 현재까지만을 놓고 볼 때 의미 있는 수준만큼 줄어들었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관련기사



학교폭력 예방 차원에서 마찬가지로 CPTED를 적용한 강서구 공진중학교에서도 학교 내 무질서 인식과 범죄 두려움이 각각 7.4%, 3.7% 떨어진 반면 학교 시설물에 대한 호감도는 27.8% 상승하는 등 시스템과 환경의 변화가 실제 삶을 바꿔놓고 있었다.

서울시는 CPTED의 효과가 높다고 판단하고 올해 말까지 중랑구 면목4ㆍ7동, 관악구 행운동, 용산구 용산2가동 등 세 곳에 CPTED를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와 공청회 등을 충분히 거쳐 주민들이 만족하고 안심할 수 있는 CPTED를 확산시켜가겠다"고 말했다.

임진혁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