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특파원 칼럼] 중국의 재스민 노이로제

중동에서 건너온 민주화 시민혁명인 '재스민' 향기는 공산당 일당독재의 중국 대륙 깊숙이 파고들지 못한 채 일단 공중으로 흩어졌다.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지난 21일 사설에서 "20일 베이징 등 주요 도시의 시위자들은 거리의 거지들과 마찬가지다"며 "서방 세력은 중국이 '이집트의 다음'이 되기를 원하고 있지만 그것은 완전히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중국 정부는 미국 등 서방국이 인권, 민주 등을 거론하는 것에 대해 중국을 분열시키려는 저의가 있다고 불쾌해한다. 이 같은 중국의 음모론에 동조할 수는 없지만 일면 수긍 가는 측면도 있다. 상당수 인민들이 개혁ㆍ개방 이후 지난 30여년간 이룬 중국정부의 놀라운 경제성과에 애국적 자긍심을 느끼고 있고 서방식 다당제 등 민주정치 시스템에는 별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 대한 중국 정부의 극도의 민감한 반응을 보노라면 공산당 지도부가 얼마나 체제유지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19일 중국판 트위터인 미니블로그를 통해 집회 정보가 번져나가자 당일 수백명의 민주인권 운동가들을 연행, 가택 연금하는 것은 물론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 인터넷 관리 강화를 공개 주문하고 나섰다. 재스민, 이집트 등의 인터넷 검색을 통제했고 휴대폰 문자 메지지가 일시 정지되기도 했다.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등 글로벌 경제의 편입 혜택을 톡톡히 누리며 미국과 함께 G2로 부상했지만 계층ㆍ지역 간 빈부격차 확대, 형해화한 사회복지 시스템 등 심각한 내부모순도 함께 안게 됐다. 소수의 민주화 운동이 이 같은 인민의 내부모순 불만과 맞물리면서 걷잡을 수 있는 정부 전복세력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게 중국 정부의 최대 우려사항이다. 이번 시위 메시지도 부동산가격 상승, 사회복지 차별 등 민생고와 관련된 것이었다. 베이징에서 10년 넘게 거주한 헤이룽장 출신의 천(陳)모씨는 "재스민 사태는 뭔지 모르지만 베이징 호적이 없다는 이유로 보험ㆍ의료 등 각종 보험 혜택은 물론 자녀 교육 등에서도 불이익을 받는 것에 불만이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최고 지도부 내에서는 현상유지와 안정이 중요하며 국내정책이든 외교정책이든 절대 '부추스(不出事ㆍ일이 터져서는 안 된다)'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베이징의 한 정치 평론가는 "마오쩌뚱, 덩샤오핑 등 혁명과 대전환을 일궈낸 카리스마 지도자들과 달리 현재의 중국 지도자들은 안정 속 개선을 추구하는 실무형 기술관료 출신이다"며 "대내외정책을 막론하고 급격한 체제개혁이나 대외노선의 변화가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중국판 재스민 사태에서 나타났듯 민주화 운동세력의 인터넷을 통한 실시간의 은밀하고 전격적인 세력 결집은 중국 지도부에 도전이 되고 있다. 경제발전과 동시에 갈수록 분출하는 인민의 개혁요구를 담아내야 하는 중국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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