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권 말기에… '마비 사태' 벌어졌다
민생법안 줄줄이 표류… 정권말 정책 기능 마비대선정국 빠진 19대 국회정부 제출 236건중 20건 처리경제 관련은 한건도 없어
윤홍우기자 seoulbird@sed.co.kr
정부가 경제활력 제고를 위해 추진하는 각종 민생 법안이 국회에서 표류하면서 정권 말 정부의 정책 기능이 마비 사태에 이르렀다. 올 하반기는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어느 때보다 세밀하게 뒷받침해야 하는 시기지만 대선 정국과 맞물리면서 경제 정책은 추진 동력을 잃고 있다.
18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19대 국회 들어 정부가 제출한 법안 236건 가운데 처리된 법안은 20건에 불과했다.
정부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한 경제정책 관련 법안 26건 가운데 가결 또는 폐기 등으로 심의가 끝난 것이 전무하다. 이 밖에 지식경제위원회ㆍ국토해양위원회ㆍ정무위원회에도 각각 산업ㆍ부동산ㆍ금융 관련 정부 입법이 수십 건씩 올라 있지만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된 법안은 아직 한 건도 없다.
난항을 겪는 가장 대표적인 법안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다. 낙후된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기본법은 18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한 채 폐기됐고 19대에 재상정됐지만 논의조차 제대로 안 되고 있다. 야당은 이 법안에 의료기관 민영화 의도가 숨겨졌다며 법안 처리를 거부하고 있다.
정부의 세법 개정도 난항을 겪고 있다. 정부는 현행 소득세 과표체계를 유지하려 하지만 여야 모두 부자증세를 위해 과표를 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법인세법 개정안을 놓고는 야당이 대기업 증세를 위해 최고 구간의 세율을 높이는 내용의 수정안을 내놓은 상태다.
국내 투자은행(IB) 제도 도입을 골자로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도 올해 내 통과가 사실상 불발됐다. 야당은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IB에 대해 프라임브로커 서비스(헤지펀드 지원) 등을 허용하는 것은 경제 민주화에 역행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 회복을 위한 민생 법안도 줄줄이 무산 위기에 놓였다. 분양가상한제 대상 주택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주택법 개정안은 "집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야당의 반대에 부딪혀 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폐지하는 소득세법 일부 개정안도 표류하고 있다. 야당은 정부 입법이 '부자 감세'와 '강남 특혜'라며 각을 세우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나성린 새누리당 의원이 12월24일 폐지 대신 중과세 중지 일몰을 2년 더 연장하는 내용의 개정안까지 내놓으면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안은 사실상 물 건너 간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는 지금껏 대선 정국에서도 정치권에 휘둘리지 않고 꿋꿋이 국정을 수행하겠다는 메시지를 보여왔다. 하지만 국회에서 법안이 완전히 표류하면서 새로운 정책 추진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미 새로운 경기부양 대책을 현 정부 안에서 내놓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황에서 발표됐던 대책과 중장기 전략마저 국회의 벽에 부딪히면서 정권 말 정책 스톱 현상이 더욱 심해지고 있는 양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