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SH공사 참여시켜 공공·수익성 극대화

■ 서울시 71조 시유지 위탁개발 재정부담 완화

재정투입-민자유치도 병행… 세가지 방식으로 개발 진행

공공기관만으론 한계… PFI 도입 등 제도 개선

민간 참여 늘려야 활성화


1926년 서울 중구 저동에 세워진 옛 남대문 세무서 건물은 명동 상권과 인접한 노른자위 땅임에도 80여년간 개발이 이뤄지지 못했다. 지상 3층짜리의 낡은 건물이다 보니 평가액도 267억원에 불과했다. 2006년 위탁개발을 맡은 자산관리공사(캠코)는 이 부지에 431억원의 돈을 투입해 지난 2008년 15층 높이의 건물을 완공했다. 완공 후 부동산 평가액은 1,630억원으로 6배나 올랐다. 캠코는 연간 54억원에 달하는 임대료로 투입된 공사비를 회수 중이다.

2012년 말 현재 서울시 소유의 공공부지는 6만1,216필지 1억669만㎡에 달한다. 평가액만 71조4,278억원 규모다. 이중 서울시 및 산하기관이 사용하고 있거나 보존하기로 결정된 행정재산(69조8,771억원)을 제외한 1조5,506억원 상당의 일반재산은 당장 위탁형식으로 개발이 가능한 부지다.


하지만 이들 시유지는 지금껏 해당 부서별로 관리나 매각만 돼왔을 뿐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다. 서울시가 획기적인 시유지 활용방안을 강구하고 나선 것도 이 같은 기존의 방식을 깬 '서울형 공공개발'을 통해 자산가치를 극대화하겠다는 취지다.

◇SH공사 등 참여, 위탁개발 나선다=서울시가 가장 유력하게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방안은 캠코가 중앙정부의 공유지를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 '위탁개발' 방식이다. 국공유지 위탁개발제도는 공적기관에 시행을 맡겨 국유재산의 책임 있는 개발과 안정적인 사업 추진이 가능하도록 지난 2004년 도입한 제도다.


실제로 캠코는 옛 남대문 세무서 빌딩을 개발한 '나라키움 저동빌딩'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서울 9곳을 포함, 전국에서 15건의 위탁개발을 진행했다. 연간 54억원의 임대수익을 올리고 있는 저동빌딩뿐만 아니라 사용되지 않는 국유지 잡종재산을 판매용 상가로 개발한 금천구 가산동 근린상업시설, 미활용 나대지를 활용해 공공청사와 일반업무시설을 지은 '나라키움 대전센터', 상업시설 등이 들어선 대구 시민회관 리노베이션 사업 등에서 임대를 통해 투자비를 회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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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이 같은 위탁개발 방식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수익성과 공공성을 모두 확보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공공시설 확충이 필요한 지역은 시 재정으로 개발을 진행하되 활용가치가 높은 곳은 SH공사에 위탁개발 방식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경우 수익 창출은 물론 지역공동체에 필요한 공공시설도 확충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갈수록 수익모델이 줄고 있는 SH공사 입장에서도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해내는 이점이 있다.

특히 민간의 노하우를 활용해야 하거나 수익적 가치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는 지역은 매각이나 민간투자를 유치하는 방법으로 개발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민간 참여 확대 위해 제도 개선 시급=다만 전문가들은 국공유지 개발이 보다 활성화되려면 관련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행 국유재산법상 국공유지를 위탁개발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곳은 공공기관인 캠코, 한국토지주택공사(LH), SH공사뿐이다. 이들 일부 공공기관만으로는 다양한 방식의 사업 추진이 쉽지 않은데다 민간에 비해 상대적으로 전문적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전국의 국공유지가 297조원(2009년)에 달함에도 10여년간 캠코가 진행했던 위탁개발 프로젝트가 15곳에 불과하다는 게 이 같은 관계 법령의 한계를 명확히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일본과 영국의 경우 공유재산을 민간주도의 PFI(Project Finance Initiative) 방식으로 개발하고 있다. PFI는 공공 부지를 사업제안을 한 민간에 장기임차해 개발을 할 수 있도록 하되 공공이 필요한 시설 등을 의무적으로 제공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개발업계의 한 전문가는 "재정난을 겪고 있는 대부분의 선진국 정부도 국공유지의 통합적 관리뿐만 아니라 자산운용을 통해 수익성을 높이는 체계적인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며 "공공이 주도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민간이 주도할 수 있는 투명한 시스템만 만들어진다면 특혜 시비 등의 문제점도 해결하고 국유재산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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