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한은 회사채 시장 지원, 부실기업 구조조정 함께 해야

회사채 시장의 투자심리가 꽁꽁 얼어붙었다. 이달 발행된 신용등급 'A' 회사채의 미매각률이 37.1%에 달할 정도로 심각하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미매각된 A등급 회사채가 아예 없었다. 이미 중국발 경제 쇼크로 금융시장이 출렁거리는 상황에서 미국의 금리인상마저 가시화한다면 멀쩡한 기업도 심각한 돈 가뭄에 시달릴 수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회사채 시장에 1조원을 긴급 투입하기로 한 것은 이 같은 주요2개국(G2) 리스크 가시화에 따른 기업의 신용경색을 사전에 막기 위한 선제대응 성격이 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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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조치가 시급했고 또 필요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풀린 자금이 필요한 기업에 제대로 흘러 들어가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자칫 회생 가능성도 없고 회생해서도 안 되는데 정부나 채권단의 지원으로 연명하는 이른바 좀비·부실기업을 키우는 역할을 한다면 큰일이다. 벌써 어느 기업이 지원 대상이 될지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특혜 시비 조짐마저 일고 있다.

우리 기업은 사실 금융위기 이후 적절한 구조조정을 하지 못했다. 특히 구조조정이 은행 등 채권단 위주로 이뤄지면서 정치적 외풍이 개입해 살려야 할 기업인지를 시장논리 대신 정치적 부담 크기로 판단해왔다. 그 결과 진작에 사망선고를 받았어야 마땅한데도 살아서 주위에 피해만 주는 기업이 부지기수다. 한은에 따르면 이자 보상 비율이 3년 연속 100% 미만인 한계기업은 금융위기 이후 빠른 속도로 늘어 외부감사를 받는 비금융법인 2만5,452개 가운데 3,295개(15.2%)에 달한다. 이들은 저금리에 힘입어 꾸준히 차입금을 늘려 부채비율이 지난 2009년 171.1%에서 2014년 238.5%로 상승했다. 한계기업이 늘고 게다가 이들이 대출을 더 많이 받을수록 성장 가능성이 큰 기업에 돌아갈 혜택이 줄어든다. 회사채 시장 지원과 동시에 부실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반드시 함께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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