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재정 투입해 경기 살린다더니… 기재부 되레 예산 8조 남겼다

10월까지 지출 7조 그쳐… 예산 집행률 50%도 안돼


올해가 2개월밖에 남지 않았음에도 기획재정부의 예산 집행률이 50%를 밑도는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세월호 이후 내려앉은 경기를 되살리기 위해 내년 집행분을 미리 당겨 써가면서 41조원 규모의 거시경제 패키지를 마련한 재정당국이 각 부처에 그동안 예산 조기 집행을 독려했던 터라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 안팎에서는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 세수결손 뒤에 따라오는 '재정절벽'을 막기 위해 재정당국이 이미 불용예산 마련에 나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기재부가 올 들어 지난달까지 지출한 예산액은 7조503억원에 그쳤다. 이는 올해 예산에서 전년도 이월 금액을 제외한 예산 현액(14조8,556억원)의 47.5%에 불과한 수준이다.

회계연도가 불과 2개월 정도 남은 상황임에도 이처럼 예산 집행률이 현저하게 낮은 이유는 재정당국이 올해 인건비 등 경직성 지출을 제외한 내부지출을 크게 줄였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공공자금 관리기금 예수금의 이자를 갚는 데 쓰인 상환지출은 예산액 대비 49.2%(3조8,469억원)에 불과했다. 또 광역특별회계 등으로 타 특별회계로 보내진 전출금 집행 비율은 59.3%(2조4,987억원)에 그쳤고 급작스러운 지출을 위해 마련된 예비비 지출 역시 14%(3,272억원)의 저조한 집행률을 기록했다. 이들 3가지 지출항목에 배정된 예산만 전체의 97%(15조5,767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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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경제부처의 한 예산담당 관계자는 "한 해가 거의 마무리 돼가는 시기임에도 예산 집행률이 50%에 못 미친다는 것은 예산불용을 위해 지출을 대폭 줄였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재정당국이 지출 씀씀이를 이처럼 크게 줄인 것은 올해 사상 최대인 10조원에 다다를 것으로 예상되는 세수결손에 대한 대비인 것으로 풀이된다. 내년 초 '재정절벽'을 겪을 가능성이 커진 탓에 불용액을 키워 내년도에 반드시 집행해야 할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불용예산이 18조원을 넘어섰던 지난해 재정당국은 △상환지출 등을 줄이는 방법으로 1조3,452억원 △예비비 미집행 1조3,655억원 등 모두 2조8,706억원의 불용예산을 마련한 바 있다. 올해는 집행 시한을 두 달 남긴 상황에서 남아 있는 재원이 7조7,036억원에 달해 불용예산 규모도 지난해 수준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상환지출이나 예비비 등은 원래 불용액이 많이 나는 지출 항목"이라고 전제한 뒤 "상환지출이나 전출금 등은 내부지출의 성격이 강하다 보니 확장적 재정정책 기조와 무관하게 집행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원래 집행률이 낮다면 차라리 다른 부처 예산을 늘리거나 기재부의 다른 사업 예산을 증액하는 게 올바른 접근 방식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교수는 "예산이 국민에 대한 약속이라고 하면 불용은 약속을 어긴 것"이라며 "외국처럼 법이나 준칙으로 재정을 관리하는 나라인 경우에는 법 위반 사항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한편에서는 재정지출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겠다면서도 정책성 지출을 줄여 불용액을 늘리는 것도 맞지 않다"며 "재정이 힘든 상황이라면 솔직히 털어놓고 빚을 더 내더라도 합리적으로 운용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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