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물가 안정 낙관은 시기상조" 신중론

전문 가 "유가 작년동기보다 여전히 30~40% 높고 장기적 하락세 판단 성급"

지난해 말부터 치솟고 있는 물가가 하반기 진정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기대감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무섭게 오르던 국제유가가 3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고 시중 유동성 증가율도 크게 둔화되는 등 물가 안정을 예고하는 시그널이 잇따라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최근의 유가 하락세가 물가상승률 추가 상승에 제동을 걸 것이라고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도 “아직 물가 안정을 낙관하기 이르다”는 신중론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지난해 이맘때보다 30~40%나 높은 절대적인 고유가 상태가 이어지고 있는데다 지금의 유가 하락세를 장기적인 추세로 보기에는 아직 성급하다는 판단에서다. ◇국제유가ㆍ유동성 상승곡선에 급제동=원유 하락세가 3주째 이어지면서 물가에 대한 정부의 시각이 다소 누그러진 상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6일 발표한 ‘8월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최근의 유가 하락세와 환율 안정이 지속된다면 공업제품 가격 상승세가 완화돼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부분적으로 안정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동수 기획재정부 제1차관도 앞서 ‘물가 및 민생안정을 위한 차관회의’에서 “원자재 가격이 최근 의미 있는 수준의 하락세를 보여 소비자들의 대차대조표에도 일부 개선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낙관적인 견해를 내비쳤다. 물가 진정에 대한 기대를 뒷받침하듯 시중 유동성 증가율의 수직상승세도 주춤해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들어 매달 20조~30조원씩 늘어나던 유동성은 지난 6월 전월 대비 9조5,000억원 증가에 그쳤고 유동성 증가율은 전달의 14.3%보다 낮은 12.7%로 올 들어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추세전환은 성급…하반기 물가 여전히 불안=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긍정적인 요인이 쌓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신중한 입장이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최근 유가가 많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배럴당 120달러라는 유가 수준은 전년 동기 대비 여전히 30~40% 높은 수준”이라며 “이 정도 하락을 추세전환이라고 보기는 이르다”고 지적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도 “하반기 공공요금 인상과 9월 추석물가 등의 상승요인을 감안할 때 물가부담은 당분간 지속된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원은 하반기 물가상승률을 4.9~5.0% 수준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7월 현재 5.9%까지 치솟은 물가상승률의 추가 상승세는 올 3ㆍ4분기를 고비로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물가상승세가 지난해 10월부터 본격화한 만큼 10월부터는 기저효과가 물가상승률을 붙잡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9월까지 2%대에 머물다가 10월에 3.0%로 급등한 후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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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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