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免責 못믿겠다…" 창구가면 실종

금융감독원이 분석한 은행별 신용여신 현황은 정부 정책의 헛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앵무새처럼 반복되는 당국의 신용대출 확대요구는 일선 창구에서는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했다.공적자금이 투입돼 정책을 선도했던 한빛은행의 신용여신이 줄어든 것은 '겉다르고 속다른 금융정책'의 표본이라는 비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여기에 지방은행들의 담보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것도 적지않은 문제점을 담고 있다. ◇침투되지 않는 정책= 진념 경제팀 출범후 역점 사항중 하나가 신용대출 정착. 그러나 은행권 신용여신 현황에는 의지와 상반된 결과만이 도출돼 있다. 지난해말 은행 총여신 대비 신용여신비율은 99년 말에 비해 불과 0.6%포인트 상승, 50.3%에 그쳤다. 비중이 줄어야 할 담보여신비율도 0.1%포인트 상승, 39.8%에 달했다. 다소 나아졌지만 '리딩뱅크' 역할을 해야할 국민ㆍ주택은행의 신용여신 비율이 여전히 43.8%와 37.2%에 그친 점도 문제로 남는다. 무엇보다 신용대출 확대의 수혜자가 돼야할 중소기업들이 외면당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분석결과 중소기업에 대한 신용여신비율은 지난해말 현재 33.4%로 지난 99년말에 비해 0.6%포인트가 하락한 반면 담보여신비율은 0.6%포인트가 상승, 신용대출의 혜택이 '신용보증수표'가 붙어 땅짚고 헤엄치기식 장사가 가능한 대기업에 편중되고 있음을 드러냈다. ◇구조조정 은행, 자행 중심적(Me-First) 대출운용 여전= 분석결과 신용여신비율이 하락한 은행중 대구은행을 제외한 5개 은행 모두가 구조조정 대상 은행들이었다. 4개 은행은 금융지주회사로 편입됐다. 금감원은 이를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과 신용여신의 부실화에 대한 책임문제로 신용여신 취급을 자제한데 따른 것"으로 풀이했다. 심각한 것은 금융정책의 첨병 역할을 해야할 한빛은행의 신용여신비율이 급전직하했다는 점. 지난 99년말 63%에 달했던 한빛은행의 신용여신비율은 지난해말 51.6%까지 떨어졌으며, 특히 기업자금 대출부분에서는 15% 포인트 가까운 하락률을 나타냈다. 반면 담보여신비율은 11.7%포인트 높아져 수직 상승했다. ◇지방은행, 미국 선례 따를라= 금감원 분석결과 두드러진 점 가운데 하나가 지방은행들의 담보의존 대출관행. 부산은행을 제외한 지방은행 전부 신용여신비율이 하락했다. 민간 연구소 관계자는 ▦거듭된 지방경기 침체에 따른 대출 운용처 제약 ▦ 낙후된 신용분석기법으로 인한 담보ㆍ보증위주 여신운용 ▦영세한 자산규모 등으로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미국은 1980년대에 담보대출에 의존했던 지방은행들이 부실대출 증가로 82년부터 88년 사이에 무려 811개나 도산했다"며 "국내 지방은행들도 낙후된 영업기법을 조속히 개선하든, 합병을 통한 덩치키우기로 경쟁력을 갖추든 양자택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근원적 신용대출 확대책은= 시중은행의 한 여신담당자는 정부의 양면적 태도를 비판했다. 특히 정부의 신용대출 부실 면책조치에 대해 믿음을 가질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겉으로는 면책을 외치면서 금감원도 모자라 예금보험공사와 재경부, 심지어 한국은행까지 시중은행에 대한 검사권을 쥐고 시어머니 노릇을 한다"며 "이 같은 억압된 상황 속에서 소신있는 신용대출이 가능하겠느냐"고 비판했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정부가 말뿐인 면책이 아닌, 소신있는 신용대출에 대한 성과문화를 심도록 은행들을 지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심사체계상 신용분석역(Credit Analysist)과 심사역(Credit Officer)에 의한 이원 심사체계를 갖출 것을 권고한다. 신용모형체계를 원점에서 재마련, 이를 수행할 인력을 보완하라는 것. 금융전문가들은 "경제침체기에 금융정책과 은행의 실천적 뒷받침이 따로 노는 현상이 지속될 경우 '제도피로(System Fatigue)'현상만 심화할 것"이라며 금융정책의 재검토를 요구했다. 김영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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