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한중일 바둑 영웅전] 그 수가 있었구나

제9보(101∼109)



후수로 상변쪽을 지키자니 흑의 비세가 한눈에 보인다. 이세돌은 일단 흑1로 꼬부려 반격의 찬스를 노렸다. 저우쥔쉰은 얼른 백2로 보강했다. 박정상을 비롯한 검토실의 모든 고수들은 백승이 분명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러나 너무도 당연해 보이는 백2가 문제의 수였다. 이 수로는 그 한칸 위에 마늘모로 지켰어야 했다. 이 한칸의 차이가 승부를 뒤집게 된다. 검토실의 그 누구도 흑9라는 기상천외의 차단을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다. 흑7까지 놓였을 때 박정상이 타이젬에 올린 가상도는 참고도1이었다. 이것이면 일단 계가바둑인데 흑이 덤을 내기가 조금 버거워 보인다는 것이 그의 해설이었다. 그런데 잠시 후에 이세돌의 흑9가 모니터 화면에 떴다. "으악, 그 수가 있었구나." "허어, 그런 수가 숨어 있었네." "뭐야, 백대마가 끊어지잖아." 검토실은 흥분의 도가니가 되었다. 백은 다음 수를 두지 못하고 있었다. 윤현석9단이 말했다. "역시 이세돌이로군. 마왕이 돼서 돌아왔어."(윤현석) 소란하던 검토실이 조용해졌다. 모두들 이세돌의 결정타 한방에 넋이 나간 것 같았다. 박정상이 차후의 가상도를 만들어 타이젬에 올렸다. "백은 일단 끊을 수밖에 없고요. 흑도 마주끊게 됩니다. 축도 장문도 되지 않으니 백이 고민이지요."(박정상) 참고도2의 흑13까지가 쌍방의 최선이라는 것이 박정상의 해설이었다. "그렇게 되면 흑이 덤을 낼 수가 있나?"(필자) "내고 남지요. 흑승이 확실합니다."(박정상) 이세돌이 이 판까지 이기면 복직후 10연승이다. 아직 1패도 없으니 승률은 물론 백퍼센트. 놀라운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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