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재정부-한국은행 벌써 불협화음 조짐

내달 금통위원 3명 교체<br>한국은행 "추천몫 있지만 사실상 재정부가 좌우" <br>"주요 정책도 姜장관 영향력 확대될것" 우려

한국은행의 독립성 및 통화ㆍ외환 정책을 둘러싸고 기획재정부와 한은 간 불협화음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오는 4월 교체될 3명의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선임을 놓고 양 측의 대립 양상이 격화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한은 고위층에서는 벌써부터 한은 총재 추천 몫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재정부의 입김에 의해 좌지우지될 것이 뻔하다며 반발하고 있어 금통위원 선임 과정이 순조롭지 못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9일 한은에 따르면 다음달 20일 강문수(재정부 장관 추천), 이덕훈(한은 총재 추천), 이성남(금감위원장 추천) 위원 등 3명 금통위원의 4년 임기가 만료된다. 금통위는 통화정책을 비롯한 한은의 최고의사결정기구로 당연직인 한은 총재와 부총재를 포함해 재정부 장관, 금융위원장, 한은 총재, 은행연합회장, 대한상공회의소회장 등 5명의 주요 기관장이 1명씩 추천, 총 7명으로 구성된다. 문제는 이 같은 추천제가 형식적인 제도일 뿐 사실상 정부 주도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한은법상 금통위원 추천은 추천사무기관인 한은이 위원들의 임기 만료 한달 전 각 기관에게 추천의뢰를 요청하면 한은이 이를 취합한 뒤 행정안전부에 올려 대통령이 임명하는 수순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재정부 장관과 청와대 경제수석 등 정부 내 소수 핵심 인사가 인사 과정 전반을 주도한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금통위의 의사결정은 5명 이상 출석, 출석 위원의 과반수 찬성이어서 만약 금통위 선임이 정부 뜻대로 이뤄질 경우 한은 우호세력은 이성태 한은 총재와 이승일 부총재, 한은 부총재 출신인 심훈 위원 3명에 불과해 금통위의 무게중심이 정부 쪽으로 옮겨 갈 가능성이 크다. 금리정책 등 한은의 주요 정책에 대해 강만수 재정부 장관의 영향력이 강하게 발휘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 때문에 한은 내부에서는 한은 총재의 추천 권한을 온전하게 행사할 수도 없을 뿐더러 한은을 컨트롤하고 싶어하는 재정부가 이번 기회에 3명의 금통위원 모두를 친정부 성향의 인사로 채우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은의 한 고위관계자는 “금통위원에 대한 한은 추천 몫이 있지만 한은 독자적으로 적임자를 선택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만약 한은이 추천한 복수의 인물을 대통령이 거부할 경우 모양새를 구기기 때문에 사전에 정부와 협의할 수밖에 없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한은 추천 몫 역시 정부 입맛에 맞는 인물이 중용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 관계자는 “이 같은 추천제는 해외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사례”라며 “생색 내기 차원의 추천제를 없애고 차라리 정부가 모든 권한을 행사하고 문제가 생길 경우 책임까지 지는 것이 낫다”고 항변했다. 한은의 다른 관계자는 “과거엔 정부 고위관계자가 금통위원에게 직접 전화를 해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했지만 최근엔 이 같은 행태는 사라졌다”며 “하지만 다시 과거로 회기하지 않을까라는 우려감과 새 정부의 정책 스탠스를 파악할 단초라는 점에서 이번 금통위원 선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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