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떠난 민심 되돌리려 극우 초강수… 동북아 정세 소용돌이

■ 참배 강행 속내는

보수층 결집으로 반전 노려

군국주의 노골화 가능성

美 불신초래 자충수 될수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26일 야스쿠니신사 참배는 취임 1년 만에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국내 여론을 되돌리기 위한 우경화 강수로 보인다. 또 최근 한국·일본, 중국·일본 관계가 악화일로인 상황임을 감안해 아베가 "더 이상 잃을 것도 없다"며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강행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그러나 이날의 돌발행동은 한중은 물론 그동안 든든한 버팀목이 돼왔던 미국의 불신도 초래해 결국 아베의 발목을 잡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베 총리가 지난 2006년 이후 7년 만에 현직 총리로 신사 참배를 강행한 이날은 아베 내각 출범 1주년이 되는 날이기도 하다. "아베 정권의 1년을 보고하는 의미에서 오늘을 선택했다"는 아베의 말은 참배의 의미를 '국내 정치로 축소시키겠다'는 계산이 숨어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온라인판으로 관련 내용을 긴급 기사로 전하면서 "그의 보수적 지지층에 어필하기 위한 것"이라고 참배 이유를 해석했다. 아베 내각은 국민의 알권리 침해 논란 등으로 야당 및 여론의 반대가 높았던 특정비밀보호법을 최근 강행 처리하면서 지지율이 50% 아래로 떨어지는 등 수세에 몰렸다. 그나마 괜찮은 평가를 받아왔던 '아베노믹스' 경제정책마저 9일 발표된 일본의 7~9월 경제성장률이 1.1%에 그치는 등 "약발이 떨어졌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아베는 사면초가 상황에 직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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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내년에는 본인 스스로 "평생의 과업"이라고 천명한 개헌 등 각종 안보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자신을 떠나간 보수층을 다시 잡아야 하는 필요성이 더욱 높아진 것이다. 결국 이날의 신사 참배는 내년 집단자위권, 평화헌법 개정 등 더욱 노골화될 일본 군국주의의 신호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아베의 신사 참배는 사상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한중일 동북아 정세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 같은 한일, 중일 간 악화된 외교관계가 아베의 돌발행동을 가능케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로 간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 상황에서 "신사 참배를 한들 더 이상 나빠질 게 없다"는 판단을 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독도·위안부 등을 놓고 대립하고 있는 한국 말고도 일본은 지난해 9월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국유화한 후 중국과 극한 영토분쟁을 겪고 있다. 지난달에는 중국이 동중국해의 방공식별구역(CADIZ)에 센카쿠 및 우리나라의 이어도를 포함시키면서 이를 놓고 관련국들의 군사적 도발이 이어지는 등 최근의 동북아는 그야말로 살얼음판을 걷는 형국이다. 아베의 이날 결정으로 동북아 3국 간 갈등의 골은 당분간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깊이 파이게 됐다. 아베 정권 출범 이후 한 차례도 열리지 않은 한일, 중일 정상회담이 아베 정권 내에서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얘기가 나온다. 각종 경제·안보협력 논의도 당분간 올스톱할 가능성이 커졌다. 아베는 참배 후 "중국·한국인들의 기분을 상하게 할 생각은 털끝만큼도 없다"며 "한중 정상들에게 직접 설명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관련국은 이를 오히려 아베의 '적반하장'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중국도 격앙됐다. 중국 외교부는 "역사 정의와 인류 양식에 공공연히 도전하는 행위로 강력한 분노를 표시한다"며 강력 성토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가장 난감한 입장에 빠진 곳은 미국이다. 최근의 동북아 갈등을 어떻게든 봉합해 한미일 삼각 군사협력체계를 강화하려던 미국으로서는 아베의 이번 행동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마이니치신문은 "미국은 아베를 외교의 '매파'로 보고 경계했지만 그동안 참배를 자제하는 모습에 신뢰를 갖게 됐었다"며 "오늘의 기습적인 참배로 일본이 미국으로부터도 외면 받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고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병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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