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노래는 깨달음 얻어 자유 찾아가는 수행"

17세에 출가 경험 재즈 디바 웅산


"불교의 궁극적 목표는 깨달음을 통해 자유를 얻는 것이죠. 가수인 제게 노래는 깨달음을 얻어 자유를 찾아가는 속세에서의 수행입니다."

17세 때 출가해 2년간 비구니 생활을 하다 머릿속과 입가를 맴도는 노랫가락을 잊지 못해 환속(還俗), 가수로 활동하고 있는 재즈 디바 웅산(雄山ㆍ본명 김은영ㆍ39ㆍ사진)은 요즘 목소리가 한층 부드러워지고 따뜻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지난해 후쿠시마 대지진으로 고통 받는 일본 사람들을 만나면서 음색이 바뀌었다"며 "어떤 목소리가 고통으로부터 벗어나 위로감을 줄까 고민하고 연구했기 때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환속 후에도 출가 때 얻은 법명을 사용하는 그는 26일 3인3색 공연(호암아트홀), 오는 28일 오케스트라 협연(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사이사이 서울 서초구 관문사 등 산사 몇 곳에서 음악회를 연다. 환속하면서 '노래는 제2의 수행'이라고 각오했던 그는 "한순간도 나태하거나 안주해본 적이 없다"며 "목소리 자체로 승부해야 하는 재즈이기에 완성도를 높이려고 바람ㆍ물 소리도 음악적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소리공부를 해왔다"고 자부했다.


그는 웅산이라는 법명을 계속 쓰는 이유에 대해 "웅장한 산에 가면 마음이 편안해지듯이 많은 사람들이 내 노래 속에서 편안해지기를 바라면서 노래했더니 마음이 가벼워졌다"고 말했다. '비새' '콜미' '예스터데이' 등 재즈가수로는 드물게 히트친 그의 자작곡에도 구도자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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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산이 처음부터 재즈를 선택한 것은 아니었다. 가수의 지름길이 대학가요제 출전이라고 판단한 그는 검정고시를 거쳐 상지대 중문과에 입학, 록그룹 '돌핀스'의 여자 보컬로 노래를 시작했다. 1993년 MBC 대학가요제에서 인기상ㆍ가창상을 받았지만 찾아온 기획사가 없어 좌절감에 빠진 그에게 문득 재즈가 다가왔다. 친구가 건넨 미국의 재즈가수 빌리 할리데이의 노래는 그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웅산은 자신을 찾는다면 작은 클럽이라도 어디든 무대에 섰고 일본 가수들의 눈에 띄어 1989년 일본의 재즈공연에 초청 받았다. 그는 "장르를 바꾼 지 얼마 안 됐는데 일본에서 '깊이 있는 목소리'로 주목을 받아 얼떨결에 유명세를 치렀다"며 "돌이켜보면 재즈는 내 목소리에 딱 맞는 옷 같다"고 말했다. 첫 단독공연도 일본에서 성사됐고 1집 음반도 2002년 일본에서 먼저 나왔다.

웅산은 일본을 오가며 공연하고 덴마크ㆍ핀란드ㆍ호주 등 국제 재즈페스티벌에도 초청됐다. 매년 2~3차례 일본 20여개 도시를 순회하는 투어콘서트를 하는 그는 돗토리현의 요나코라는 작은 마을의 이장이 개최하는 마을 음악회부터 요카이 재즈페스티벌이라는 큰 무대에 이르기까지 무대 규모와 상관없이 자신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하는 관객이 있으면 달려갔다.

세상이 그를 알아본 것은 데뷔 12년째인 2008년. 일본의 재즈 명예의 전당인 '블루노트'에서 열린 한국인 첫 단독공연에 이어 일본 재즈 전문지 '스윙저널'이 선정한 골드디스크를 수상했다. 그 무렵 후지산케이그룹 산하의 엔터테인먼트회사인 포니캐년과 전속계약도 맺었다. 국내에서도 상복이 터져 같은 해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재즈노래상과 음반상을 받았다.

장선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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