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교통사고의무신고제 도입 시급

보험사기 피해 고스란히 국민 몫


'한국은 미국보다 교통사고 사망률이 매우 높다(higher traffic fatality). 과속(excessive speed)은 물론이고 방향등도 켜지 않은 채 차선을 자주 바꾼다(frequent lane changes). 차량들은 정지신호에도 멈추지 않고 버스 운전사(aggressive bus driver)는 매우 난폭하다.…'

미국 국무부가 운영하는 여행정보 사이트에 게재된 한국 소개 내용 중 일부다. 미 국무부는 자국민에게 한국여행시 저급한 교통문화에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부끄러운 한국 교통문화의 현주소다.


저급한 교통문화는 필수적으로 그에 상당하는 보험사기를 수반하게 돼 있다. 우리나라의 보험사기 중 절반 이상이 자동차보험에서 발생하는 이유다. 자동차보험 사기는 국민 다수의 경제적 피해로 이어진다.

인적 피해가 발생한 교통사고에 한해 경찰 신고를 의무화한다면 보험사기 예방에 어떤 효과가 있을까. 여러 연구 결과는 교통사고의무신고제가 보험사기 예방에 큰 힘을 발휘할 것임을 보여준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한해 경찰에서 처리한 교통사고는 총 22만3,656건인 데 반해 경찰을 비롯해 보험사ㆍ공제조합 등이 통합 처리한 교통사고는 총 113만3,145건으로 무려 5배 이상 된다. 다른 나라 같았으면 공권력이 개입해야 할 영역을 사적 기관인 보험사가 떠맡고 있는 탓이다.


이는 그만큼 보험금 누수의 가능성이 높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경찰에 신고되지 않은 자동차사고의 경우 사고 여부나 피해규모가 과장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미한 상해사고의 경우 경찰에 신고되지 않은 사고일수록 지급보험금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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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연구원의 송윤아 박사는 "경찰에 신고하지 않을수록 피해 정도를 과장할 가능성이 있고 사기의도가 있는 사고자의 경우 사고를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교통사고의무신고제 논의는 국토교통부와 손보업계, 금융위원회와 경찰청 등 간의 양자대결로 진행되고 있다. 금융위와 경찰청은 의무신고제 도입취지에는 공감하나 ▦소비자 불편 유발 ▦경찰인력 한계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보험사기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지 못하면 교통문화 선진화는 구호에 그칠 것이라는 점이다. 각론 차원에서 보다 세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교통사고에 한해 약식 기소할 수 있도록 서식을 간소화하며 보험사기 발생률을 크게 낮췄다.

한 손보업계 관계자는 "의무신고 절차를 간소화하거나 제도도입 초기에는 의무신고 대상의 범위를 좁혀주는 식으로 소프트랜딩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통해 소비자들 사이에 만연된 보험만능주의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해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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