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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박근혜 가방 아닌데…" 싱글벙글
수많은 한국 명품 대통령이 애용했으면…■ '호미가 타조백' 소동 정윤호 휘권양행 대표 단독 인터뷰미셸 오바마처럼 '패션정치' 해주세요한국 사람 손재주 유럽인보다 월등… 글로벌 명품과 겨루어도 손색 없어국가 위상 높이고 경제적 효과 클것
심희정기자 yvette@sed.co.kr
정윤호 대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잇백'으로 추정됐던 '호미가 타조백 소동'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정윤호(52) 휘권양행 대표를 지난 6일 만났다. 1일 서울경제신문 기사가 나간 후 인터넷에서 급속히 회자되자 조윤선 대변인이 호미가 브랜드가 아니라며 진화에 나섰음에도 지난주 말 현대백화점 본점에서 호미가 백들은 완판됐고 호미가 홈페이지와 회사는 폭주하는 방문과 전화로 몸살을 앓았다.
이처럼 호미가에 온국민의 시선이 쏠린 것은 그만큼 여성 대통령의 패션, 특히 국산품을 사용하는 대통령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지대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의 국산 명품 선택이 관련산업, 더 나아가 국가경제와 이미지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호미가 소동의 의미를 되새겨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 대표는 "본의 아니게 우리 제품으로 여겨 죄송하게 됐지만 진위와 상관 없이 국산품의 가치를 알아주는 것 같아 요즘 살 맛이 난다"며 운을 뗐다. 그는 "호미가가 국산 브랜드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촉매제가 됐으면 좋겠다"며 "호미가를 시작으로 제2, 제3의 호미가가 나와 국산 제조업 발전의 신호탄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약 5조~6조원(2009년 현재) 규모인 국내 명품시장은 고가 핸드백의 90%를 외국 브랜드가 잠식하고 있다. 그는 "국산 브랜드가 이 같은 호기를 맞아 탄탄한 내수기반을 다지고 수출을 늘려 한국 패션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날이 곧 올 것"이라고 소견을 밝혔다.
정 대표는 "국내 가방업계의 영세 브랜드 사장들이 전화로 특수가죽 가방을 문의하고 찾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국산 핸드백의 품질이 좋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업계도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고 귀띔했다.
"대한민국이 자동차ㆍ정보기술(IT)만 잘하는 나라가 아니지 않냐"고 반문한 뒤 그는 "섬세한 손끝의 재주는 유럽 장인을 앞선다. 이제는 떳떳하게 국산 명품을 들고 자랑하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호미가 제품은 세계적인 악어원피 제작업체인 싱가포르 '헹롱'사와 프랑스 에르메스그룹의 'TCIM'사로부터 최상급 바다악어와 엘리게이터 원피만 고집해 품질만큼은 세계적 명품과 어깨를 겨룬다는 게 정 대표의 설명이다.
정 대표는 이번 소동 이후 브랜드의 위상이 높아진 현실을 실감한다. 일주일 사이 매출이 2배가량 뛰고 백화점 곳곳에서 입점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올해로 20년째 50명의 수작업 장인들이 제조하는 시스템이라 대량 공급이 어려워 현재 입점된 백화점 17곳 외에 추가 입점은 불가능한 상태다. 주문량도 평소 악어 및 타조가죽 물량은 각각 한달ㆍ3주가량 밀려 있었는데 최근 들어 10~15일가량 더 밀리게 됐다.
호미가는 스페인어로 '일개미'라는 뜻으로 정 대표는 지난 35년간 일개미처럼 가죽과 씨름해왔다. 정 대표가 가죽과 인연을 맺은 것은 17세이던 197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큰아버지가 경주에서 운영하던 동도양화점에서 운명처럼 가죽가방을 만들기 시작한 그는 가업을 이어받아 1995년 휘권양행을 세우고 악어 등 특수피혁 핸드백을 전문으로 제작해오다 2001년 자체 브랜드 호미가를 론칭했다. 2009년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입점도 MD 담당자가 직접 찾아와 요청해 성사됐다고 한다.
악어백 하나를 만드는 데는 꼬박 5일이 걸린다. 120개 공정 하나하나를 수작업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한달에 80개 이상 생산하기 어렵다. 악어가죽 염색을 제외한 전공정에 50명의 직원들이 매달린다. 이곳에는 반세기 동안 가죽을 주무르며 올해로 75세가 된 최고령 장인도 있다. 그러나 디자인과 특수가공은 정 대표가 직접 한다. 디자인을 한번도 공부해본 적이 없다는 그는 전적으로 고객의 피드백과 취향을 반영하면서 디자인 전문가가 됐다고 털어놓았다. "고객이 원하는 것이 최고의 제품"이라는 설명이다.
그의 꿈은 호미가가 더 큰 무대로 나가 국산 브랜드를 루이비통ㆍ에르메스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글로벌 명품 반열에 올려놓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올해 처음 미국ㆍ일본 수출에 나선다. 그는 "오랜 세월 이 일을 해온 장인이 혼을 담아 가방을 만들면 명품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정 대표는 박 당선인이 미국의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처럼 '패션 정치ㆍ외교'를 펼쳐주기를 당부했다. "여성 대통령이 우리나라 장인의 명품을 들고 한국 브랜드를 애용하면 경제적 효과는 엄청날 겁니다. 일자리 창출, 수출증대까지 기대할 수 있고 국가 브랜드 위상을 높이는 데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거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