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청산은 막아야" 한발씩 물러서

청산땐 양측 손실 물론 국민경제 악영향 "출자전환규모등 합리적 조정 최선" 판단

나종규(오른쪽) 산업은행 이사가 22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에서 열린 LG카드 관련 채권은행단 긴급 부행장회의에 앞서 심각한 표정으로 실무진과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LG카드 채권단과 LG그룹측이 재협상에 들어간 것은 LG카드 청산이라는 ‘최악의 수순’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LG그룹이 증자에 참여하지 않으면 채권단도 출자전환을 하지 않기로 해 LG카드의 청산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양측은 따라서 LG그룹의 출자전환 규모 등을 합리적인 수준에서 조정해 타협안을 찾는 게 최선책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특히 LG카드가 청산될 경우 금융불안이 재발될 가능성도 있어 양측의 손실 차원을 넘어 국민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담이 재협상의 결과로 귀결됐다는 게 금융계의 분석이다. ◇한발 물러선 채권단=LG카드의 9개 채권은행 부행장들이 “청산시 모든 책임은 LG그룹이 져야 한다”며 사실상 최후통첩을 보낸 상황에서 LG그룹이 수정제안을 제시함에 따라 채권단의 기류도 ‘증자유도’ 쪽으로 모아지고 있다. 채권단 입장에서는 조건이 붙더라도 LG그룹을 협상테이블로 이끌어내는 게 우선이라고 판단하고 있던 상황. 따라서 LG그룹이 출자전환 참여라는 원칙에 합의함에 따라 이번주부터 본격적인 협상을 통해 모든 걸림돌을 제거하겠다는 것이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LG그룹이 변화된 태도를 보임에 따라 앞으로의 증자문제는 협의를 통해 충분히 해결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당초 LG그룹에 8,750억원 추가출자에서 그 규모를 7,700억원으로 수정 제안하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채권할인매입(CBO) 방식으로 채권을 사들이겠다고 밝혔다. ◇LG그룹 협상테이블에 나서기로=LG그룹은 LG카드 사태가 더이상 악화될 경우 채권단과 그룹뿐 아니라 국가경제에 미칠 영향도 커질 것으로 판단, 협상의사를 밝힌 것으로 평가된다. LG그룹은 채권단의 이날 회의결과에 대해 “채권단에서 너무 쉽게 청산 운운한 것은 적절하지 않으며 감정적이 아닌 이성적으로 냉정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강하게 반발하면서도 “채권단을 포함한 모든 이해관계자간 공평한 분담이 이뤄질 경우 지원에 참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 사실상 협상의 뜻을 내비쳤다. LG그룹은 이날 입장발표를 통해 “진정으로 LG카드의 정상화를 원한다면 전체 이해관계자간 공평한 분담이 이뤄질 수 있도록 법률 및 회계관계자들의 전문적이고 법률적인 판단에 기초한 분담기준을 마련해 해결방안을 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9일 LG카드 이사회 전까지 협상 벌일 듯=이에 따라 채권단과 LG그룹의 협상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채권단이 수정 제안한 7,700억원 출자전환과 당초 LG그룹이 후순위채권으로 보유한 5,000억원의 출자전환 사이에서 접점을 찾기 위한 막판 협상이 이뤄질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감독위원회의 한 고위관계자는 “LG그룹이 협상에 나서려는 태도를 보였기 때문에 LG카드 증자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협상이 내년 초로 넘어갈 수도 있을 것이라는 게 금융계의 분석이다. 채권단 고위관계자는 “신용평가사로부터 내년 1월 중순까지 납입징후를 보여주면 신용평가를 하는 게 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올해 안에 결론을 내지 못하면 최악의 경우 내년 초까지도 협상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진우기자 ra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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