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청정 인터넷] 전문가들이 보는 인터넷 역기능

"익명성·모럴해저드가 원인 윤리의식·책임성 강화해야"<br>"과도한 규제는 무리 법·제도 정비 우선해야"


최근 야기되고 있는 인터넷 역기능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익명성’과 ‘모럴 해저드’ 두 가지를 가장 핵심적인 요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개인의 경우 ‘나’를 노출시키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의견에 책임을 지지 않고 기업들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정보가 고객의 것이 아닌 사업자의 것’이라는 의식이 이런 ‘그늘’을 더욱 짙게 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인터넷의 위험성이 커지게 된 주요 원인은 빛의 속도로 발전한 우리나라의 네트워크와 인터넷 문화에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우봉 건국대 대학원장은 “초고속인터넷ㆍ초고속이동통신ㆍ와이브로 등 네트워크가 급속히 발전함에도 불구하고 그에 따른 문화적 기반이 마련되지 않았다”며 “특히 정보윤리를 잘 모를 뿐만 아니라 의식 자체가 없는 사람이 많은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인터넷 관련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이 미약한 것도 전문가들이 자주 거론하는 내용이다. 네티즌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고 그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박종호 선문대 컴퓨터정보공학부 교수는 “운동장을 만들어놓고 거기서 놀게 했으면 그곳을 청소하는 것도 책임져야 한다”며 “돈벌이를 하면서 나 몰라라 하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라고 말했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경영공학 전문대학원장도 “초고속인터넷 기업들의 사례에서 본 것처럼 기업들은 개인정보를 함부로 다루면서 그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한다”며 “이는 고객과의 약속위반이며 계약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익명성의 문제 역시 인터넷이 사회문제화되는 중요 요인 가운데 하나다. 문종범 건국대 벤처전문기술학과 교수는 “인터넷 게시판이 과민화되고 왜곡이 심해진 가장 큰 원인은 익명성”이라고 단정한 후 “자신의 의견을 게재하는 데 대한 책임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은 뭘까. 전문가들은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와 윤리교육 강화가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포털의 사회적 책임과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조치, 온라인 교육을 포함한 대국민 건전인터넷 캠페인 등은 이들이 공통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해법이기도 하다. 박 교수는 “온라인 공간에 대한 문제는 최대한 자율적으로 해결해야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경우에는 강제성도 가져야 한다”며 “인터넷 소양시험 등을 통해 인터넷 윤리에 대한 지식을 넣어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원장도 “네티즌들이 자율적으로 정화하는 것은 솔직히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에 사이버 세상에서도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는 윤리교육을 정부 차원에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정부의 개입이 과도할 경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반발에 처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정부가 직접적으로 제재하는 것은 최대한 자제하는 대신 기본권에 대해서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법과 제도의 정비가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문 교수는 “악플과 불법 방지를 내세워 인터넷 환경을 정부에서 직접 규제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 수 있다”며 “대신 지적재산권 문제 등은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갖고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도 이러한 해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방통위의 한 관계자는 “전문가들을 만나보면 대부분 인터넷기업의 책임성과 교육 강화를 공통적으로 지적한다”며 “이런 지적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인터넷 정보보호 종합대책에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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