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韓中日 바둑영웅전] 폭파전문가

제3보(41~74)


대국장에 마주앉은 두 사람의 모습은 너무도 대조적이었다. 조치훈은 갖은 풍상을 겪은 47세의 중년, 검붉은 안색에 콧수염. 박영훈은 흰 얼굴의 18세 소년. 조치훈은 머리카락을 흐트러뜨려 퍽 광포스러워 보였고 박영훈은 손놀림까지도 부드러워 순한 사슴처럼 보였다. 백50의 침입을 보고 검토실에 운집해 있던 청소년 기사들이 모두 경악의 표정을 지었다. 폭파전문가로, 지독하고 강인한 착상을 하기로 소문난 조치훈이지만 이건 너무 심하지 않으냐는 얼굴들이었다. 이렇게 깊이 뛰어들 예정이었다면 애초에 백42와 흑43의 교환은 치르지 않는 것이 상식이다. 그 상식을 뛰어넘어 조치훈은 특공대를 투입하고 있다. 준결승전에서 박영훈은 시에허와 두면서 지나치게 광활한 포석은 적군 게릴라의 침략이 겁나므로 펼쳐볼 용기를 낼 수가 없었다는 고백을 한 바 있다. 그러한 박영훈의 심리를 이미 조치훈은 꿰뚫고 있었던 것 같다. 흑51은 일단 이렇게 막고 보는 자리. 25분의 숙고를 거쳐 53으로 씌웠다. 흑55는 잡겠다는 선언. 여기서 조치훈은 1시간 이상 장고하고서 58이라는 극약처방을 들고나왔다. 부분적으로는 악수지만 어쩔수없는 최선의 수습책이었다. 달리 두어서는 상변 백이 산다는 보장이 없었다. 참고도의 백1 이하 19에는 흑이 9의 자리에 가만히 이어서 죽음의 궁도가 된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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