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인터뷰] 손미나 "번지점프 같은 새 삶… 두려웠지만 자유도 느껴"

에세이 작가 이어 소설가 변신한 前 KBS 아나운서 손미나씨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것은 번지점프를 뛰는 것과 같습니다. 뛰어내리기 전에는 엄청난 공포가 밀려오지만 안전장치를 확인하고 뛰어내리는 순간 자유를 느낄 수 있습니다. 안정된 직장을 뒤로 하고 새 삶에 대한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 저도 불안감에 휩싸였지만 결정한 뒤에는 내 의지대로 삶을 디자인할 수 있게 됐습니다." 세 권의 여행 에세이에 이어 첫 소설 '누가 미모자를 그렸나(웅진지식하우스 펴냄)'를 들고 독자들에게 다시 돌아온 KBS 아나운서 출신의 작가 손미나(39ㆍ사진)씨는 기자에게 어릴 적 꿈이던 작가가 된 과정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자타가 인정하는 젊은 여성들의 역할모델이자 멘토인 그는 "그동안 만난 외국 여성들과 비교해보면 우리나라 여성들이 진취적이고 용감하다. 사회활동이 늘고 있지만 아직 우리 사회의 분위기가 꿈 많은 젊은 여성들의 기대수준을 따라가지 못해 학력이 높을수록 여자들의 불만이 큰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아나운서 시절에는 남자 팬이 많았지만 작가가 된 뒤에는 독자들 대부분이 여자"라며 "지상파 TV 아나운서들 사이에 퇴직과 함께 프리랜서 아나운서가 되거나 유명인과 결혼하는 게 공식처럼 돼 있는데 연고도 없이 세계를 다니며 작가가 되겠다는 나의 새로운 행보가 일견 신선하게 다가갔을 것"이고 자평했다. 기운 빠진 젊은 세대를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젊음만큼 강한 무기는 없다. 길은 찾으면 분명히 있다. 많은 젊은이들이 지금의 손미나만 보며 부러워하는데 한때 나도 주유소나 베이비시터로 일하며 공부하는 가난한 유학생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작심삼일이 되더라도 매년 연간계획을 세우지만 인생에 대해서는 '나는 안돼'라며 지레 포기하고 과소평가한다. 처음부터 이뤄지는 것은 없고 인생에 늦은 시간이란 없다." 전업작가 선언 이후 자기관리를 더욱 철저히 한다는 그는 "프리랜서는 자기관리와 통제 없이는 성공하기 어렵다. 하루 2시간 이상 걷기와 스트레칭, 현미밥과 뿌리채소 중심의 식단을 하루도 빼먹은 날이 없다. '건강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 건강하다'고 말하는 것은 '공부 안 했는데 서울대 갔다'는 것과 같은 거짓말이다. 아무런 계획 없이 프리랜서가 된다는 것은 허송세월하기 십상"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2007년 출간한 첫 에세이 '스페인 너는 자유다'가 여행 에세이 베스트셀러에 오를 정도로 독자들로부터 큰 반응을 얻자 용기를 내 전업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현재까지 17만부가 팔린 '스페인 너는 자유다'는 그가 스페인 바르셀로나대에서 석사를 마치고 돌아온 후 책을 써보라는 권유를 받고 쓰게 됐다. 그는 출판사에 '아나운서 손미나라는 브랜드로 책을 팔지 않겠다' '처음부터 끝까지 내 손으로 쓰겠다'는 전제조건을 달고 스스로에게 '어설프게 포장된 책을 쓰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첫번째 책을 통해 작가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한 그는 그해 회사를 나와 작가로서의 새 삶을 시작했다. 에세이와 소설 쓰기의 차이를 묻자 그는 "에세이가 평탄한 길에서 뛰는 단거리 달리기라면 소설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심한 난코스의 마라톤"이라며 "책을 쓴 기간이 2년이라면 그중 1년6개월은 생각만 했다. 도무지 떠오르지 않아 고통스러웠지만 혼자 성찰하는 시간이 길어야 한다는 김탁환 등 작가 선배들의 충고가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끊임없는 자기와의 싸움을 이겨내면서 어린 시절 부족했던 지구력이 강해진 기분이다. 나도 몰랐던 내 안의 끈기라는 씨앗을 발견했다"며 활짝 웃었다. 전업작가가 평생의 꿈이냐는 질문에 그는 "영어ㆍ스페인어ㆍ프랑스어 소통이 가능한 만큼 기회가 된다면 국제기구에서 일해보고 싶다"며 "나이가 더 들면 공부를 더해 평생 쌓아온 경험을 젊은 세대들과 나눌 수 있는 진정한 멘토가 되고 싶다"고 답했다. 화려한 아나운서 경력과 짧은 결혼생활 후의 당당한 홀로서기로 세상에 자신을 맡긴 손 작가의 단단한 꿈은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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