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공기업 인사 무늬만 공모

공기업 사장 인사를 두고 말도 탈도 많은 게 이제 오늘이 아니다. 과거의 공기업 인사를 둘러싼 잡음은 대게 정치권 또는 정부 고위 관료의 낙하산 인사로 불거졌다. 대게 사장을 사실상 내정해 놓고 일부 몇몇 인사들이 들러리로 공모에 참여하는 식이었다. 그래서 특정 공기업 사장에 누가 간다더라는 말이 나돌면 능력 있는 인사들은 응모조차 하지 않았다. 무늬만 공모제였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최근 주요 공기업 사장 인사만 놓고 본다면 흥행은 실패했다. 널리 인재를 구하기보다는 몇몇 소수만 응모하고 게 중에는 들러리를 선 듯한 모양새도 보였다. 일단 공모라는 형식을 무색하게 할 만큼 지원자가 적었다. 최근 마감이 완료된 한국전력 사장 공모에는 고작 3명이 지원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중겸 전 현대건설 사장을 비롯해 한전 관계사와 한전 과장 출신만 출사표를 냈다. 한전 사장 경쟁률이 20~30대1에 달했던 과거에 비하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그러나 의도된 흥행 실패라는 게 한전 주변의 시각이다. 그동안 정부가 한전의 후임 사장에 대해 '민간 우선'을 밝히기도 했지만 '민간만'공모가 가능했다는 뒷말이 나온다. 한전 사장 공모에 나서기로 했다가 막판에 접은 한 관료 출신 인사는 "정부가 여러 가지 루트를 통해 사실상 관료들의 응모 자체를 막은 셈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김 전사장 내정설이 파다했던 터라 눈치 빠른 관료 출신자들은 원서를 들이댈 틈도 없었던 것이다. 한전뿐 아니라 지난달 사장 공모가 진행된 무역보험공사 역시 6명만 응모해 경쟁률이 매우 저조했다. 최근 사장이 바뀐 KOTRA도 9명만이 응모했다. KOTRA 사장 공모에는 50명에 가까운 인력이 몰리기도 했던 점과 비교할 때 크게 저조하다고 밖에 할 수 없는 결과다. 공기업 사장에 관료와 정치권 인사는 안 된다는 것도 문제지만 민간인이 맡아야 한다는 논리도 어설프다. 출신을 따지기 앞서 공모는 그야말로 공정한 경쟁이 이뤄져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굳이 공모제로 포장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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