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12월 4일] 노사개혁 '재계 갈등'으로 번지나

노사개혁을 둘러싼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현대자동차그룹이 사용자 측을 대표하는 경총을 탈퇴하겠다고 밝혀 '재계 갈등'으로 번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이처럼 뜻밖의 선택을 하게 된 것은 전임자 임금지급 문제와 복수노조를 둘러싼 논의과정에서 경총이 사용자 측의 입장을 충분히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에서 비롯됐다고 알려졌다. 다시 말해 정부가 노사정 및 당정협의 등을 거치면서 내년 노동개혁법 시행이라는 당초 입장에서 물러나 복수노조 유예,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의 단계적 시행 등으로 후퇴하고 있는 데 대해 강한 반대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경쟁을 하는 기업 입장에서 볼 때 다른 선진국에 비해 노조 전임자 수가 몇 배나 많을 뿐 아니라 고액연봉까지 부담하는 불합리하고 후진적인 제도를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현대차의 고충은 충분히 이해된다. 더구나 13년 동안 연기해온 법 시행을 또다시 미루려는 것도 설득력이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와 정치권, 강력한 노조, 그리고 사용자 측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힌 노사 문제의 특성상 어느 일방의 주장이나 노력만으로 문제가 해결되기 어려운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굳이 지적하자면 법 시행을 앞두고 노조 전임자 급여 및 복수노조 문제를 다시 협상 테이블에 올린 것 자체가 문제라 할 수 있다. 일단 협상 대상이 된 이상 어느 정도의 타협은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다.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의 단계적 시행, 복수노조 유예 등과 같은 절충안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이런 현실을 감안할 때 노동법 문제를 둘러싸고 재계가 분열되기보다는 후진적 노사제도를 최대한 개선할 수 있도록 힘을 모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 사용자 측을 대변하는 경총도 재계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기 위한 노력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 비록 결렬되기는 했지만 경총이 4자 간 막판절충에서 1차연도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대상 기업을 정부와 정치권이 내놓은 종업원 1만명 이상 대기업에서 5,000명 이상 기업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편 것은 재계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일로 평가된다. 또다시 노사개혁이 제자리걸음이 되지 않고 진전을 이루려면 정부가 중심을 잡고 사용자 측이 힘을 모으는 길밖에 달리 방도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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