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미국 PGA투어 최고의 선수였던 톰 왓슨이 한 때 슬럼프에 빠진 적이 있었다.
이래도 안되고 저래도 안되고, 이상하게 샷이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어느날 어김없이 빗나가는 샷 때문에 고민하며 연습 중인 그의 앞에 열 두 살짜리 소년이 나타나 한참 쳐다보더니 “아저씨, 왼손그립을 오른쪽으로 조금 돌려 잡아 보세요”하고는 가버렸다. 그날 이후 왓슨은 슬럼프에서 완전히 탈출했다고 한다.
이 일화가 보여주듯 그립은 골프 스윙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골퍼들은 그 중요성을 잘 모르며, 조금씩 잘못돼도 골퍼 혼자서는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심각한 슬럼프까지 가져 올 수 있다.
왓슨 같은 대 스타도 소년의 충고를 듣고서야 그립을 점검했다고 하니 골퍼들이 평소 그립 점검에 얼마나 소홀한지 알 수 있다.
그립은 스윙스타일과 구질, 샷 거리 등에 큰 영향을 미친다.
PGA투어 톱 스타로 꼽히는 데이비드 듀발, 폴 에이징어, 프레드 커플스 등은 왼손을 오른쪽으로 많이 돌려 잡는 스타일로 흔히 얘기하는 스트롱 그립이다. 이렇게 하면 장타를 내기 쉽다.
하지만 스트롱 그립을 한다는 아마추어 골퍼들을 보면 대체로 왼손을 내려다 보았을 때 중지의 큰 마디를 전혀 볼 수 없을 정도로 왼쪽으로 지나치게 돌려 잡는다.
그렇게 잡으면 편안한 느낌은 들지만 클럽이 손가락에 감기지 않고 손바닥에 잡혀 지나친 팜 그립(Palm Grip)이 되기 때문에 왼손의 코킹이 잘 되지 않아 비거리가 준다.
무엇보다 임팩트 순간 클럽 페이스가 열려 2~3년 구력의 90타 이상의 주말 골퍼들은 슬라이스를 내게 되고 상급자들은 클럽 페이스가 열리는 현상을 오른손으로 조정하면서 결국 잘못된 스윙에 길들여진다.
사람들은 흔히 `손으로 볼을 쳐서 망했다`고 말하지만 이 것은 틀린 말이다. 손으로 방향을 컨트롤 해서는 안되지만 일단 볼은 손으로 힘있게 쳐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그립이 제대로 됐는지를 점검해야 한다. 무작정 연습장에서 볼만 때릴 것이 아니라 전문가에게 그립부터 점검 받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