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대법, 의원 출판기념회 관행에 경종

"총선 2년8개월 전이라도 밥값 일부 대납은 선거법 위반"

"선거 시점과 상관없이 3자 기부는 불법"


대법원이 정치권에 만연한 출판기념회 관행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판결을 내놓았다. 국회의원 선거 2년8개월 전에 열린 출판기념회의 식사비를 계산한 것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간주돼 벌금형이 내려졌다. 해당 행사나 참가자 등이 차기 선거와 연관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는 시점과 관계없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동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다.


11일 대법원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홍모(76)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50만원의 원심을 확정했다. 지난 2013년 8월 홍씨는 다른 지인들과 함께 강창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저서인 '여의도에서 이어도를 꿈꾸다' 출판기념회 행사를 제주도의 한 식당에서 주최했다. 이들은 공직선거법 위반을 피하기 위해 모금함을 설치해 식사비를 충당하려 했지만 전체 식사비 120만원 중 48만원이 부족하자 홍씨가 자신의 신용카드로 이를 계산했다. 검찰은 홍씨가 식사비 48만원을 낸 것은 2016년 시행되는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와 관련한 기부행위라며 홍씨를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공직선거법 115조는 '누구든지 선거에 관해 후보자나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를 위해 기부행위를 하거나 하게 할 수 없다'며 제3자의 기부행위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홍씨 측은 "참석인원이 예상보다 늘어나 식사비가 부족하자 가장 연장자였던 홍씨가 계산한 것일 뿐"이라며 "선거까지는 2년8개월이나 남은데다 강 의원이 20대 선거에 관해 출마 의사를 밝힌 적이 없으므로 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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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심 재판부는 선거가 얼마나 남았는지와 관계없이 홍씨의 행위가 기부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강 의원은 17~19대 국회의원 선거에 당선돼 제주시 갑 선거구 국회의원으로 활동하고 있었고 2013년에는 자신을 홍보하는 저서까지 출판했으므로 20대 국회의원 선거에도 출마할 것으로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데다 피고인도 이렇게 생각해 출판기념회를 개최한 것"이라며 "20대 국회의원 선거일까지 2년8개월이 남았어도 국회의원으로서의 활동이 다음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으므로 기간의 장단만으로 이 행사가 선거와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특히 홍씨 등 참가자 대부분이 강 의원의 지역구민이었으며 상당수가 모금함에 돈을 내지 않고 무상으로 식사를 한 점, 강 의원의 비서관이 행사에 깊숙이 관여한 점 등을 볼 때 단순한 친목 모임으로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대법원도 원심의 논리를 받아들여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선거는 4년마다 반복되기 때문에 국회의원들은 선거 시점과 상관없이 출판기념회 등의 행사를 통해 차기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할 수 있다"며 "이러한 출판기념회를 계기로 일어날 우려가 있는 불법적인 기부행위가 방지되도록 경종을 울린 판결"이라고 전했다.


김연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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