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CEO&Story] 신성호 IBK투자증권 대표

"34년 증권 외길… 고객 중심 증권사 만드는 지름길은 '공부'뿐이죠"



국내 1세대 베테랑 애널리스트로 지점장 때 직원 야간자율학습 실시
영업실적 95등서 11등으로 만들어

CEO와 함께하는 금융이야기 강의
학점이수제도입 인사고과에 반영
1분기설립이래최대분기실적올려


지속적 교육 통해 최고 전문가 양성
고객이 신뢰 하는 증권사로 만들 것



내가 입사할 당시 1980년대 초반에도 증권사는 '고객 중심의 증권사'를 모토로 내걸었다. 그러나 30년 전과 지금 증권사의 영업 행태는 달라진 점이 없다. 영업직원들의 지식과 컨설팅 능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고객 수를 늘리는 데만 집중하다 보니 수수료 경쟁만 펼쳐지고 있다 고객이 증권사를 외면하는 이유는 결국 현장 직원들의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1981년 가을,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인 한국경제연구소에서 합격 통지서를 받은 26세의 청년은 고민에 빠졌다. 실제 출근까지 반년 정도 시간이 남아 있고 대학 동기들은 이미 사회에 나간 상황이었다. 친구 없는 '적적'한 대학 생활이 싫었던 청년은 바로 출근할 수 있는 회사를 다시 찾아 나섰다. 다행히도 당시 증권업계 시장점유율(18%) 1위 삼보증권에서 "바로 출근하라"는 연락이 왔다.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 청년은 입사를 결정했다. 거친 증권업계에서 경험을 쌓은 뒤 다른 업종으로 이직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우연한 기회에 여의도에 발을 디딘 그 청년은 지난해 8월 IBK투자증권의 대표이사에 올랐다. 신성호(사진) IBK투자증권 대표이사는 잠시 경험해보겠다고 1981년 발을 디딘 증권업계에서 34년 외길을 걸었다. 대표이사 취임 이후 '공부하는 증권사'라는 신선한 구호를 내걸고 직원들에게 야근이 아닌 '야자(야간자율학습)'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신 대표의 삶의 궤적을 되짚어보았다.

신 대표는 '국내 1세대 베테랑 애널리스트'다. 영업 지점과 법인영업 근무 5년가량을 제외하면 30년 가까운 세월을 오로지 리서치와 '동고동락'하며 살아왔다. 그는 "1981년 삼보증권 입사 이후 첫 부서가 조사부였다. 지금으로 치면 리서치센터 같은 곳이다. 금리·환율 등 다양한 경제변수 등을 고려해 시장에 대한 나만의 시각을 도출하는 과정이 흡사 퍼즐을 푸는 것과 같았다. 재밌었다"고 그 당시를 회상했다.

주말·휴일을 모두 반납해야 하는 고된 애널리스트 생활이었지만 신 대표는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리서치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1980년대 후반 당시 대우경제연구소에서 대리로 근무하던 신 대표는 이미 이른바 '리서치주의자'로 변모해 있었다. 그는 "1987년 말에 증권사 일선 영업점에서 근무하는 친구와 술자리를 가진 적이 있었다.

당시 3저 호황(저달러·저유가·저금리)에 힘입어 국내 증시가 연간 60~80% 치솟을 때라 문득 궁금한 마음에 영업을 하는 동료들에게 관리하는 고객들의 수익률이 얼마 정도 되냐고 물었다. 돌아온 대답이 어처구니없었다. 30%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일선 영업직원들의 역량이 크게 떨어진다고 느꼈고 이에 영업직원들도 리서치, 즉 공부를 열심히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그 당시 일을 떠올렸다.

깨달음 수준에서 머무를 수 없었다. 실천으로 옮겨야 했다. 말단 대리 신분으로 대우증권 부사장을 찾아갔다. 부사장한테 당시 대우증권 내에서 자체적인 리서치 역할을 맡고 있던 투자분석부 인원을 기존 30명에서 100명까지 늘리고 이 리서치 조직에서 경험을 쌓은 직원들을 이후 영업 등 다른 부서로 보내자고 직언했다. 물론 먹히지 않았다. 그러나 신 대표의 평소 지론인 '리서치 기반의 증권사, 공부하는 증권사'라는 모토는 이때 처음으로 잉태했다.

대우경제연구소 투자전략팀장 시절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를 '오판'해 그 책임을 지고 영업지점으로 발령 받은 1997년 가을 그는 대우증권 올림픽지점에서 새로운 실험을 준비했다. 바로 영업과 리서치의 접목이다. 신 대표는 "7~8명 지점 직원들 전부 3시에 장(증시)이 마치면 무조건 밖으로 나가 고객을 만나라고 지시했다. 2주 후에 물었다. 누굴 만났는지, 밖에 나가서 무엇을 했는지. 대답이 가관이었다. 고객을 만나서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해야 할지 몰라 올림픽공원을 계속 돌았다고 했다. 술 접대, 친목 도모 등만 할 줄 알았지 영업직원으로서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지식' 자체가 없었던 것이다. 공부를 시켜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고 설명했다.

지점 직원을 대상으로 한 신성호식 야간자율학습이 시작됐다. 직원들을 오후11시까지 붙잡아놓고 금리·환율 등 기본 지식부터 금리 변동에 따른 주가 영향 등 응용 지식까지 모조리 가르쳤다. 야간자율학습의 성과는 놀라웠다. 신 대표가 1년 반가량의 지점장 생활을 마치고 1999년 리서치로 다시 복귀할 때 올림픽지점이 대우증권 전체 지점 중에 영업실적 11등, 서울 지점 1등을 차지했다. 직원 개개인 영업실적은 증권사 전체 1·2·3·5등을 기록했다. 그가 처음 발령 받을 당시 영업실적 기준 대우증권 전국 98개 점포 중 95등이었던 곳이 1년 반 만에 '확' 달라진 것이다. 놀라운 변화였다.

당시 현장 경험은 신 대표의 철학이 됐다. 바로 전 직원이 공부하는 증권사, 이를 토대로 고객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증권사다. 그는 "내가 증권사에 입사할 당시인 1980년대 초반에도 증권사는 '고객 중심의 증권사'를 모토로 내걸고 영업을 했다. 그러나 30년 전과 지금 증권사의 영업 행태에서 달라진 점은 아무 것도 없다. 현장에서 기관·개인 등을 응대하는 영업직원들의 지식과 컨설팅 능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고객 수를 늘리는 데만 집중하다 보니 수수료 경쟁만 펼쳐지고 있다. 고객이 증권사를 외면하는 이유는 결국 현장 직원들의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고객 중심의 증권사를 만들기 위한 길은 결국 치열한 '공부'뿐이라는 게 신 대표의 신념이다. 그는 "물론 아무리 공부를 해도 주가를 100%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고객은 알고 있다. 담당 직원이 정말로 최선을 다했는지, 좋은 상품을 추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 현장에서 뛰는 직원들이 경제·금융·기업 등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기반으로 자신만의 의견과 투자 철학을 제시해준다면 고객은 분명 그 직원, 그리고 해당 증권사를 신뢰하기 마련이다"라고 진단했다.

지난해 8월 IBK투자증권 대표로 부임한 후 그는 자신이 그리는 이상적인 증권사 모델을 현실 속에 구현해내기 위해 '불철주야' 뛰고 있다. 취임 직후 '고객 수익률의 원천은 증권사 직원들의 금융·경제지식'이라는 신념을 직원들에게 심어주기 위해 '최고경영자(CEO)와 함께하는 금융이야기'라는 주제를 토대로 국내외 시장 흐름, 금융상품에 대한 강의를 매일 오전6시30분부터 3시간 이상 10여차례 이상 직접 진행하기도 했다. 올해 초에는 '학점이수제'를 도입했다. 주임-대리 직급은 사내 집체교육, 학습동호회, 부서 자체학습 등에 참여해 시간당 0.5~1학점을 인정받는 식으로 반기 25학점, 연간 50학점을 이수해야 한다. 학점을 채우지 못하면 인사고과에서 불이익을 받는다.

공부 강행군에 일부 직원들의 볼멘소리도 나오지만 신 대표의 '공부하는 증권사 모델'은 실제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IBK투자증권의 올해 1·4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76.92% 증가한 106억원을 기록했다. 2008년 설립 이래 최대 분기 실적이다. 올해 3월에는 회사 설립 이래 매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해오던 리테일 사업 부문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증권업계 34년 외길 인생을 걸어온 신 대표의 최고경영자(CEO)로서의 목표는 무엇일까. 대답은 소박했다. 그는 "직원들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직원들이 각자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가 될 수 있도록 돕는 것, 그리고 이를 통해 고객들이 스스로 찾아오는 신뢰할 수 있는 증권사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저금리 시대, 증권사엔 기회… 자산관리 역량 강화에 총력"



신성호 IBK투자증권 대표는 자산관리(WM) 역량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1% 절대 저금리 시대를 맞아 은행 예금 계좌를 이탈해 새로운 투자처를 찾아 방랑하고 있는 자금을 증권사로 끌어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고객에게 적합한 금융상품을 제시해줄 수 있는 자산관리 역량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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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K투자증권은 지난 3월 모회사인 IBK기업은행(024110)과 공동으로 서울 한남동에 최초의 복합점포인 'IBK 한남동 WM센터'를 개점했다. 이후 시화공단·강남·반포 등에도 복합점포를 꾸려 현재 총 4개의 WM센터를 운영 중이다. 신 대표는 "일반 고객은 물론 중소기업을 위한 은행이라는 IBK기업은행의 정체성을 살려 중소기업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금융 상품 영업에 힘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복합점포 등 거점 마련과 더불어 프라이빗뱅커(PB)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우수 PB 양성의 핵심 열쇠는 역시 '공부'다. IBK투자증권은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9주 과정으로 자사 PB를 대상으로 'WM토요스쿨'을 개최해 포트폴리오 구성, 주요 경제지표 분석, 국내외 유망 금융상품, 해외 투자전략 등 금융 전반에 대한 강의를 진행했다. 당시 교육에 참석한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아 지난 2월부터는 'WM토요스쿨 시즌 2'를 개최해 4개월간의 교육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수익률 높이는 실전 노하우'를 주제로 한 4월25일 6주차 교육 과정에는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사장,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 등이 연사로 나서기도 했다. 직원들의 자율참석을 전제로 한 교육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지점 PB, 본사 직원 등 189명이 참석해 반응이 매우 뜨거웠다는 후문이다.

신 대표는 "절대 저금리 시대를 맞아 고객에게 얼마나 적합한 금융상품을 제시해줄 수 있느냐, 즉 무한 상품경쟁의 시대가 펼쳐지고 있으며 이는 은행·보험에 비해 위험 금융상품을 취급하는 데 익숙한 증권사에 기회"라며 "금융·경제 등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토대로 고객에게 좋은 금융상품을 추천해줄 수 있는 PB들의 자질이 매우 중요해진 만큼 자체적인 PB 양성에 매우 공을 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He is…



△1956년 충남 논산

△1975년 충남고 졸업

△1981년 삼보증권 입사

△1982년 고려대 통계학과 졸업

△1984년 대우경제연구소 투자전략팀 연구위원

△1999년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

△2005년 동부증권 법인본부·자산운용 본부장

△2006년 동부증권 리서치센터장

△2008년 한국증권업협회 상무

△2009년 한국 금융투자협회 경영전략 본부장

△2009년 우리투자증권 상품전략본부장

△2010년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2013년 우리선물 대표이사

△2014년 8월 ~ IBK투자증권 대표이사




박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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