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도를 넘은 증권거래소 인사 외압
증권선물거래소 감사후보추천위원장인 권영준 교수가 위원장직을 사퇴했다. 추천위원인 정광선 중앙대 교수도 물러났다. 정부 쪽에서 특정 인물을 후보로 추천해달라는 부탁이 있었으며 이런 상황에서는 법과 원칙에 따른 후보 추천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됐기 때문이라는게 권 교수의 사퇴 이유다. 정부의 압력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감사 선임을 둘러싼 저간의 사정을 보면 정부의 인사개입은 도를 넘었다.
거래소 감사 자리는 지금 석달 넘게 비어 있다. 거래소 측은 지난 7월과 8월 이사회를 열었으나 감사 선임을 하지 못했다. 낙하산 인사 시비 때문이었다. 5ㆍ30지방선거 때 여당의 서울시장 후보 캠프에서 일한 인사의 감사 선임이 유력시되자 노조가 청와대 입김 의혹을 제기하며 총파업 선언 등 강력 반발한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부가 다른 사람을 밀어 후보추천위원장과 추천위원이 사퇴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정부가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답답하다. 누가 뭐래도,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내 사람, 우리 사람을 심겠다는 정부의 집요한 코드 인사 의지가 할 말을 잊게 만든다.
권 위원장의 언론 인터뷰에 따르면 정부 고위관계자가 노조의 반발을 불러온 후보를 사퇴시키겠다며 또 다른 부산 지역 출신 인사를 추천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90~100점짜리 사람이 오면 좋겠지만 60점짜리라도 받아달라고 했다고도 한다. 거래소는 증권회사들의 출자로 설립된 주식회사다. 정부는 지분이 없으니 인사에 개입할 근거가 없다. 그런데도 임원 후보자를 정부 마음대로 사퇴시키거나 바꾸고, 코드가 맞는 사람이면 적격 여부와 관계없이 밀어붙이는 횡포를 부린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후보추천위는 유명무실할 수밖에 없고 능력있는 사람이 선임되기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60점짜리 인사가 제 역할을 못하리란 것도 두말할 필요가 없다.
참여정부는 인사제도의 혁신을 자랑해왔다. 그러나 말과는 달리 공모제ㆍ후보추천위제도 등은 '코드 인사' 합리화를 위한 형식적 절차나 들러리로 전락한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증권거래소 감사 선임 파문은 이를 새삼 확인시켜준다. 공정한 인사 시스템의 확립이 절실히 요구된다.
입력시간 : 2006/10/11 1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