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2월 26일] 미소금융 사고에 안일한 당국

"미소금융재단이 동일인에게 중복대출을 해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규모가 큰 사업을 하다 보면 그 정도 일 한두 건은 어쩔 수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미소금융재단이 통합전산망을 갖추지 못해 다른 서민자활 기관에 소액대출을 신청한 사람이 중복대출을 신청해도 속수무책이라는 서울경제신문의 보도가 나가자 해명을 한다고 기자에게 전화한 어느 금융 당국자의 발언이다. 그는 "자활기관에서 대출승인을 받기 전인 대출 신청자가 미소금융재단에도 중복대출을 신청하면 사전에 걸러낼 수 없는 점은 맞다"면서 "사고 가능성은 있지만 한두 건의 우발적인 발생은 불가피한 것"이라고 해명 아닌 해명을 했다. 미연의 사고를 막아야 할 책무가 있는 금융당국자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이 과연 옳을까. 매년 수천억원씩, 향후 10년간 총 1조5000여억원에 달하는 큰 돈을 미소금융재단에 출연하기로 한 기업ㆍ은행들은 금융당국이 이렇게 안이하고 허술한 자세로 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1조5,000억원이면 한 자동차 회사가 최소한 2~3종의 신차를 개발해 대량 생산설비까지 갖출 수 있는 돈이다. 이 정도면 쌍용차도 살릴 수 있다. 그런데 금융당국은 이 돈을 주인 없는 공짜 돈으로 취급하는 것 같다. 매년 말 국회의원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필사적으로 덤벼야 겨우 확보할 수 있는 부처예산에 비하면 대통령이 나서서 독려해준 미소금융 재원은 금융당국자들에게 확실히 공짜 돈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벌써부터 야권 일각에서는 미소금융 청문회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철저히 준비하지 않으면 예기치 않은 후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국과 미소재단은 단 한 건의 대출사고라도 생기면 미소금융 사업이 좌초될 수 있다는 각오로 일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미소금융재단 이외의 다른 자활기관에서 대출 승인자 명단이 아닌 대출 신청자 명단을 실시간으로 확보할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미소금융중앙재단의 인력 확충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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