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예상밖 약진불구 올 '6%목표' 하향 가능성

대외여건 불확실성 고조에 국내 소비위축등 악재 산적<br>"한은 전망치 4.7% 달성도 만만치않을것" 불안감 확산


예상치를 뛰어넘는 지난해 4ㆍ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우리 경제가 아직까지는 서브프라임 영향권에 한발 비켜서 있음을 보여줬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세계경제 성장 전망치가 줄줄이 하향 예고되는 등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고 소비위축, 증시불황에 따른 역자산효과 등 겹겹의 악재로 인해 올해 차기정부 목표인 6% 성장은 물론 한국은행 전망치인 4.7% 달성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강만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간사는 25일 “성장률 공약을 포함한 거시경제 부문을 다시 검토해볼 것”이라며 올해 6% 성장 목표치를 조정할 뜻을 내비쳤다. ◇대외악재에 잘 버텼지만 저성장 기조 우려 확산=지난해 4ㆍ4분기 GDP 성장률이 전기 대비 1.5%, 전년동기 대비 5.5%를 달성한 데 대해 “예상을 뛰어넘는 높은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이는 지난해 8월 중순 터진 미 서브프라임 악재에 대해 한국경제가 기대했던 것보다 잘 버텨냈다는 것으로 미국과 한국의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오석태 한국씨티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수출과 소비 증가가 괜찮게 나오는 등 걱정보다 양호한 성적표”라며 “예전 같으면 미국 경제에 위기가 닥치면 영향을 크게 받았겠지만 양국간의 디커플링이 이뤄질 만큼 한국경제의 내성이 강해졌음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GDP 성장률이 5.0%에 미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실질 GDP는 지난 2002년 7.0%에서 2003년 3.1%로 크게 떨어진 뒤 2006년(5%)를 제외하면 줄곧 5%를 밑돌았다. 올해 역시 연 4.7%(한은) 성장이 예견됐다. 전문가들은 선진국 문턱에 오르기도 전에 5% 미만의 성장률이 고착화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한다. 한은도 최근 “우리 경제의 성장둔화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며 “선진국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채 ‘저성장의 함정’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국경제, 글로벌 경기침체 소용돌이로 빠져드나=더 큰 문제는 올들어 대외여건이 더욱 악화되면서 한국경제가 글로벌 경기침체 소용돌이에 휘말릴 가능성이 농후해졌다는 점이다. 미국경제 성장률이 1% 밑으로 떨어지고 세계경제가 동반 추락한다면 우리 경제도 홀로 버티기는 어렵다. 이 같은 징후는 해외 투자은행을 비롯한 국제 기구들의 세계경제 전망치 하향 조정에서 감지되고 있다. 메릴린치는 23일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6%에서 0.8%로 내렸다. 서브프라임 부실로 주택시장이 침체되고 소비와 고용이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UBS는 24일 “올해 상반기 미국의 경기후퇴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면서 올해 전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4.3%에서 3.6%로 대폭 낮췄다. 또 영국은 1.8%에서 1.5%로, 유로존은 1.6%에서 1.3%로, 일본은 1.6%에서 1.2%로 내렸다. 마수드 아흐메드 국제통화기금(IMF) 대외관계 국장도 24일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가 이머징 및 개발도상국 등 해외로 퍼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서브프라임 영향이 올해 글로벌 실물경제에 본격적으로 반영됨에 따라 한국경제 역시 이 같은 흐름에서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전민규 수석연구원은 “올들어 서브프라임 영향이 미국 실물 지표에 반영되면서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역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기 정부 경제성장 목표치 수정하나=서브프라임 사태의 파장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심각하면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올해 성장률 6% 목표치를 재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금융시장 불안이 국내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재검토한 후 현실 가능한 목표를 세우겠다는 의미다. 강만수 간사는 25일 “성장률 공약은 서브프라임 사태가 진정된다는 전제하에 수립된 것인데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며 “모노라인(미국 채권보증회사) 부실 우려도 새롭게 제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 간사는 “성장률 공약을 포함한 거시경제 부문을 다시 검토해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성장률 공약 재검토는 국제금융시장의 영향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경제운용계획을 짜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문제의 심각성을 반영하듯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도 이날 통의동 집무실에서 미국발 경제위기에 대한 대책을 비공개로 논의했다. 주호영 당선인 대변인은 “당선인이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과 금융산업 국제화를 위한 정책간담회를 가졌다”면서 “서브프라임 관련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을 점검하고 한국의 금융산업 활성화ㆍ국제화를 위한 정책방향에 대한 조언이 오갔다”고 전했다. 이 당선인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가 국내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보고를 받은 뒤 “금융시장 등의 동향을 꼼꼼히 체크해 신속하고 적절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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