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지역특구’ 농공단지 꼴 안되게

지난 1일부터 경제자유구역법(경제특구법)이 시행된 데 이어 연내 `지역특화발전특구법`이 제정될 모양이다. 재경부가 내년 초 도입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지역특화발전특구`란 영어교육ㆍR&Dㆍ벤처 특구 등 지역별ㆍ사업별 특성을 감안해 해당 지역 및 사업에 특정 규제를 완화해 주자는 취지다. 일본도 이미 지난 연말 구조개혁특별구역법을 제정, 외국어ㆍ물류ㆍ광통신 특구 등 117개의 특구 지정을 마친 바 있다. 규제개혁은 투자유치를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 규제문제는 노사문제와 함께 외국인이 한국에 대해 투자를 꺼리는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특구가 중앙정부 주도의 투자유치책이라면, 규제개혁특구는 지자체가 주도하는 지방경제 활성화 방안이라는 점에서 `지역특구` 의 성격이 강하다. 따라서 중앙정부의 재정 및 세제 지원을 받지 못하는 수도권 이외 지역을 대상으로 한 규제개혁특구가 과연 활성화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물론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로부터 우선적으로 재원을 배정 받을 수도 있고 지자체 차원의 외자 및 민자 유치도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지방자치의 전통이 일천한 데다 재정자립도도 높지 않은 우리 실정에서 지자체에만 맡겨놓는 `지역특구`가 제대로 기능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과거 농공단지 등의 폐해에서 잘 보았듯이 선거용 선심쓰기로 이용돼 지자체의 자생력을 꺾고 재원의 낭비만 초래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또 한가지 우려되는 것은 규제개혁특구가 경제특구와는 달리 지역특성화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천편일률적인 특구 신청이 쏟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과거 관광특구제도가 지역만 달랐을 뿐 하나같이 똑같았듯 이제 이름만 다른 `지역특구`가 양산될 소지가 높다. 예컨대 전국의 상당수 기초 지자체가 벤처특구만 신청한다든가, 외국어특구나 영어특구 또는 유치원특구로 지정 받고서도 실제로는 영어교육 특구로 운영되는 사태도 예상된다. 경제특구 제도만 하더라도 김영삼 정부 시절부터 추진됐으나 아직껏 한군데도 결실을 못보고 있다. 지역특구에 앞서 한군데라도 제대로 된 경제특구를 만들 것을 정부에 권하고 싶다. 아무튼 정부는 7일 대구ㆍ경북권을 시작으로 전국 순회 설명회를 갖고 희망특구 신청을 접수할 방침이다. 정부는 지역특구법 제정에 앞서 그 성격과 구체적인 추진ㆍ설치ㆍ심의 방안 등을 다시 한번 숙고해 과거 농공단지 등의 폐해가 되풀이 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이규진기자 sk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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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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