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존경받는 퇴직 대통령을 갖고 싶다


이명박 대통령이 오는 25일로 취임 4주년을 맞는다. 5년 대통령 임기에 1년이 남았다는 것이다.

우리의 역대 대통령은 취임 마지막 해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각종 게이트로 지칭된 친인척과 측근 비리 등이 그야말로 우후죽순처럼 터지고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으로부터 거리 두기와 부정을 받았다. 또 공직사회는 벌써부터 차기 정권을 누가 잡을 지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복지부동하면서 대통령의 '영(令)'이 서지 않기 시작한다. 무엇보다 생활에 고단한 민초들은 모든 책임을 현직 대통령 탓으로 돌린다. 특히 올해와 같이 국회의원 총선거 등 정치적 이벤트가 겹치면 민심 이반은 더욱 빨라진다.


임기의 마지막 1년을 맞는 이 대통령도 '대통령의 레임덕 사이클'에서 예외적이지 않은 것 같다. 당장 친정인 새누리당의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잘못된 과거와는 깨끗이 단절하겠다"며 이명박 정부와 차별화를 시도하고 나섰다. 이 대통령 입장에서는 '무능의 극치'와 '식물정부'등 거친 말들을 쏟아내며 정권 심판론을 앞세운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보다 더욱 서운할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22일 취임 4주년 특별기자회견에서 "경제를 살리라는 국민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 것으로 희망적으로 생각했고 준비도 열심히 했다"며 그럼에도 글로벌 금융위기와 이어지는 세계경제 위기로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다"며 지난 4년간 국정운영에 임했던 소회를 털어놓았다.

예외없이 찾아온 레임덕 사이클

그러나 어쩔 것인가. 이 대통령에게 주어진 시간은 앞으로 1년이다. 다음해 2월25일 청와대에 새 주인이 들어오면 자연인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결국 산에 오르는 것에 비유하자면 이제부터 하산길이다. 산을 내려오는 데 가장 명심해야 하는 것은 중심을 잡고 조심하고 경계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다.

마지막 해에 대통령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무모하거나 무책임하게 나서 혼돈과 혼란에 빠졌던 것은 단임제 대통령제 아래서는 아예 일상이 되고 있다.


제대로 된 사례가 없었듯이 권력에서 내려오는 길을 알려주는 지도는 없다. 나름의 나침반을 가지고 이 대통령 스스로 길을 만들어 가야 한다는 말이다. 또 이 나침반은 지난 4년 동안의 반성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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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최근 현 정부의 성과를 정리한 '더 큰 대한민국'이라는 자료집을 냈다. 취임 첫 해에 맞았던 글로벌 금융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했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비준과 원전 수출, 자원개발 성과 등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었다. 충분히 공감할 만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정권에 대한 평가는 스스로 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서 하는 것이다. 그것도 당대보다는 후대의 몫이기도 하다. 청와대는 오히려 자화자찬식의 성과집보다 지난 4년 동안 노력했으나 부족했던 부분들과 처음부터 방향을 잘못 잡았던 것들을 가감 없이 솔직히 밝혔으면 좋았을 것 같다.

이 대통령이 특별기자회견에서 우회적으로 밝힌 친인척ㆍ측근비리에 대한 사과 못지않게 정책적으로 부족하고 간과했던 부분들도 밝힐 필요가 있었다. 또 지난 4년간 일자리, 비정규직 문제, 양극화로 대변되는 것처럼 사회계층들끼리의 불화는 훨씬 커졌다.

지니계수와 소득 5분위 배율, 중산층 비중 등의 어려운 경제수치를 들어 양극화가 해소되고 있다고는 했지만 국민들의 기대수준에는 훨씬 못 미쳤음을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

과거 반성하고 올바른 방향 제시해야

이 대통령은 집권기간 내내 우리 정치를 이해하지 못하고 소통을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래서 자신이 이뤄낸 성과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비판을 받은 측면도 없지 않다.

그래서 앞으로 1년은 지금껏 펼쳤던 정책을 수습하고 마무리하면서 그동안 미뤄뒀던 문제를 풀어봤으면 한다. 또 당장 풀기 힘든 문제라면 미래를 위한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국민에게 이해를 구해야 한다.

총선과 대선이 겹치면서 정치의 해로 불리는 올 한 해는 이 대통령뿐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도 중요한 고비다. 그래서 이 대통령의 남은 1년은 더욱 중요하다. 우리도 이제쯤은 권력에서 제대로 내려와 우리의 이웃에 있으면서 존경 받는 대통령을 가질 때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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