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미ㆍ일 3국이 2차 6자회담을 위한 공동 입장을 정리한 문안을 중국을 통해 북한에 제시함에 따라 북한의 반응이 주목된다. 3국은 공동문안에서 `조화된 일련의 조치 `(coordinated steps)라는 새로운 표현을 담아 북한의 핵 폐기와 미국의 대북 안전보장에 대한 상호의 절차적 방안에 대한 윤곽을 그리고 있다.이는 북한의 `동시행동조치` 요구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여온 미국의 입장을 반영하면서도 회담 개최의 물꼬를 트기 위해서는 북한의 주장을 어느 정도 포용하는 듯한 모양을 취해야 한다는 한국과 일본의 주장이 녹아 있는 용어 선택으로 보인다.
3국은 이 같은 절차적 이행 방안에 대한 암시 아래 북한에 다자 차원의 안전보장을 해주는 대신 북한의 완전한 핵 폐기를 위한 구체적 의무이행을 요구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 핵 해결의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3국의 공동 문안과 관련 외교 소식통은 “각 나라가 이견을 가질 수 있는 내용에 대해서는 간접적이고 함축적인 표현을 사용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공동 제안의 함축과 간결은 곧 모호함을 의미한다. 동시행동원칙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요구해온 북한이 미국의 모호한 제의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이다. 뉴욕 타임스는 8일 “3국 공동문안은 대북 에너지 및 경제 지원에 대한 일정은 빠진 대신 이전에 공개되지 않은 북한의 핵 의혹 시설의 사찰을 요구하는 내용이어서 북한이 3국의 제안을 너무 막연하다고 여길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회담이 성사되더라도 합의도출에는 진통이 예상된다. 이수혁(李秀赫) 외교부 차관보는 대북안전보장 방안 등의 내용에 대해 “협상이 실제 열려 협의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3국의 일치된 입장은 있지만 협상 전략상 공개할 수 없다는 뜻으로 들린다. 동시에 실제 협상에서 북한의 태도에 따라 탄력을 둘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언론은 공동문안의 생략과 함축은 미 정부 내 대북 매파의 입장과 맥을 같이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3국 공동문서 문안에는 미국이 북한과의 경제적ㆍ군사적 대치를 명백하게 포기하겠다는 표현은 들어있지 않다”며 “미국 정부는 그런 표현을 담을 경우 북한이 미국이 추진 중인 대량살상 무기 확산금지안보구상(PSI)의 폐지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또 “공동문안에서 북한에 핵확산금지협약(NPT) 복귀를 요구하는 내용이 빠진 것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활동을 제한적으로 보고 북한 핵 해체 과정을 미국과 아시아 사찰관에 의해 검증하려는 미 정부 매파의 입장과 일치한다”고 지적했다. 향후의 협상 과정에서 대북 협상파의 융통성이 언제든지 제어될 수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워싱턴=김승일 특파원 ksi8101@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