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여행업 치명타 IT등 수출도 허덕일본 국내의 인기 관광지인 최남단의 섬 오키나와(沖繩)는 최근 들어 약 1만5,000명의 여행객이 예약을 취소하는 바람에 지역 경제에 비상이 걸렸다.
오키나와가 주력하는 관광산업은 최근 한달여 동안 급속도로 얼어붙었고 앞으로도 당분간은 고전(苦戰)을 치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달여 전 미 뉴욕에서 발생한 테러와 그에 이은 미국의 군사보복은 미군 기지가 위치한 일본의 관광 섬의 경제에 치명상을 입히고 있다.
여행사들은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미국의 테러 발생 이후 해외여행 취소가 잇따르고 손님의 발길이 뚝 끊기면서, 오랜 불경기로 인해 간신히 명맥을 유지해 온 몇몇 여행사들은 이미 문을 닫은 상태다.
미국 테러의 암운이 지금 빠른 속도로 일본 경제를 뒤덮고 있다. 관광 등 일부 관련산업은 말할 것도 없고, 제조업과 금융 등 산업계 전반은 물론 정부의 개혁 정책도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이번 사태에서 가장 타격이 큰 것은 수출이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따르면 이미 정보기술(IT)이나 자동차 수출이 줄어들고 있으며, 항공기 부품의 발주량도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기업의 최대 대목인 연말까지도 미국의 소비심리가 회복되지 않을 경우 수출업체들의 수익은 곤두박질칠 가능성이 높다.
전자업체 소니의 지난해 영업이익 가운데 60%가 10~12월에 난 것으로 집계된 것을 비롯해 기업들은 연말에 수익의 상당부분을 의존하고 있는 실정.
국내 소비도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마당에 외국으로도 물건을 팔지 못한다면 남는 것은 적자뿐이다.
기업의 수익이 악화되면 당연히 설비투자는 줄어들고 고용사정도 악화되기 마련이고, 이는 국내 소비자들의 소비까지 위축시키는 악순환을 낳을 수 있다.
올해 마이너스 성장은 이미 기정사실이다. 민간경제연구소들은 이번 테러사태가 일본 경제성장률을 0.2~0.5%포인트 끌어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정부도 지난 10일 10월중 월례경제보고에서 경기가 지난달에 이어 악화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미국 테러와 아프가니스탄 공격 사태의 영향인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앞으로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기 악화로 일본 경제가 한층 나빠질 수 있다는 가능성은 부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시장의 불안도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난 9월 말 도쿄 증시의 닛케이 지수 종가는 9,774엔. 고이즈미 정부에 대한 기대감으로 들떠 있던 6개월 전에 비해 무려 25%, 시가총액으로는 56조엔이 허공으로 사라진 셈이다.
그동안 경제회생에 대한 불안으로 주가가 계속 떨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막판에 1만엔 선을 무너뜨리며 주가 하락에 가속도를 붙은 것은 역시 지난달 11일 발생한 미 테러의 영향이 크다.
주가 하락은 당장 개인의 투자 및 소비심리를 억누른다는 점도 문제이지만, 9월 말 중간결산기를 맞은 은행과 기업들이 거액의 평가손으로 인해 경영에 큰 차질을 빚게 된다는 것도 일본 경제에 커다란 위협이 되고 있다.
JP모건 재팬은 15대 시중은행의 주식평가손이 3월 말에 비해 4조3,000억엔 가량 늘어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부실채권 해소 등 정부가 계획하는 금융개혁은 또 한 발짝 멀어지는 셈이다.
특히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는 미국 테러를 이유로 국채발행을 30조엔으로 제한하겠다던 취임 초기부터의 개혁안을 사실상 포기, 일본 정부의 주요 과제로 꼽혀 오던 재정개혁도 뒷걸음질을 치게 됐다.
고이즈미 정부의 경제정책이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 경제가 놓인 시험대는 앞으로 더욱 가혹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