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대성그룹/에너지사업 한우물 50년/“재계정상” 나래 펴다(재벌)

◎“2000년대 10대 그룹 진입” 선언/건설·정보통신 등 다각화 박차『불황요. 우린 그런 거 몰라요.』 한국경제가 불황의 짙은 그늘에 시름하고 있는 최근 서울 종로구 수송동 이마빌딩 대성그룹 본부에서 만난 한 직원의 대답은 이 그룹의 오늘을 가늠케 한다. 대성에는 창사이래 지금까지 명예퇴직이란 단어가 없다. 많은 기업들이 채용규모를 평균 30%씩 줄여가는 상황에서도 올 상반기 신입사원 채용규모는 지난해와 같다. 계열사의 대부분이 에너지 관련 사업에 집중돼 있다보니 경기에 민감하지 않고, 사업특성상 풍부한 현금보유력을 갖고 있어 재계에서는 알짜배기 그룹으로 통한다. 그렇지만 대성은 그리 널리 알려진 기업이 아니다. 대성의 역사는 국내 에너지산업의 역사와 함께 한다. 지난 47년 직원 4명으로 대구에서 연탄공장인 대성산업공사로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대성을 아직 연탄 만드는 회사쯤으로 「오해」를 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룹 전체 매출액에서 연탄비중은 1% 정도에 불과하다. 대성은 17개 계열사에 매출규모 1조7백억원(96년), 임직원 4천6백50여명으로 자산규모로 50위권이다. 연탄에서 시작한 사업은 석유­가스(서울, 대구도시가스)­자동차부품(창원기화기, 대성정기) 등으로 확대됐다. 해외자원개발도 대성의 역점 사업이다. 지난 90년부터 리비아·베트남 유전개발에 참여했고, 지난해부터 미국 텍사스에서 가스전과 유전개발을 시작, 결실을 맺고 있다. 대성은 창업 50년만에 「2000년대 국내 10대그룹 진입」을 선언하면서 공경경영에 나섰다. 『대성그룹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성, 사업다각화에 박차』 『기세등등한 에너지업계의 강자』. 대성의 변신은 최근 주요 신문의 이같은 기사제목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젠 경영일선에서 물러날 때가 되지 않았느냐는 주변의 권유에도 『아직 그럴때가 아니다』며 왕성한 활동을 해오던 8순의 김회장은 지난해 모기업이자 그룹의 지주회사인 대성산업 주식을 2세들에게 일부 넘겨줬다. 올들어서는 주요 계열사 사장을 아들 3형제(김영대 대성산업부회장, 김영민 대성산업해외담당사장, 김영훈 그룹기조실장)를 비롯 젊은 전문경영인으로 바꿔 본격적인 2세경영체제를 구축, 그룹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사업구조에도 획기적인 변화가 일고 있다. 그룹의 주력인 에너지(Energy)사업을 주축으로 건설(construction), 정보통신(Communication), 환경(Environment) 등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대성은 이를 「EC스퀘어 사업」이라고 부른다. 대성이 요즘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사업은 건설업. 문경새재 인근의 7백만평, 포천 3백만평, 청평 10만평 등 탄광부지와 도심의 연탄공장, 도시가스공장과 주요 도시 요지를 차지하고 있는 금싸라기 땅인 주유소부지 등이 1차 개발대상이다. 대성이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은 국내 전국토의 1천분의 1에 달한다는게 그룹 관계자의 설명이다. 얼마나 땅이 많았으면 「값으로 따지면 삼성이 최고지만 양으로 따지면 대성이 최고」라는 농담까지 나돌 정도다. 건설업 강화를 위해 지난해 유원건설 신종우 부사장을 영입하면서 대성산업 건설사업부를 확대 개편하고 있다. 서울 왕십리 옛 연탄공장 부지에 삼성건설을 시공자로 해 아파트를 건설하면서 노하우를 일단 익힌 대성은 관훈동 동덕빌딩을 창사이래 최초로 외부에서 수주, 탄탄한 노하우를 쌓아가고 있다. 수년전부터 검토해 온 정보통신업도 본격적인 결실을 맺고 있다. 지난해 대구지역 주파수공용통신(TRS) 사업권을 따낸데 이어 일산 CATV사업권 확보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그룹 기조실내에 통신사업전략팀을 구성, 운영중이다. 환경사업은 에너지사업과 연관사업으로 집중 육성한다는 구상이다. 대성 임원들은 『인식은 벌써 10대그룹』이라고 공공연하게 말한다. 대성그룹은 최근 그룹 본부 사무실에 「오늘은 한국제일, 내일은 세계제일」이란 거창한 구호를 내걸었다. 일차적으로 해당업종에서 국내 최고가 된 후 규모면에서도 세계제일로 가겠다는 미래구상과 자신감을 표현한 것이라는게 김사장의 설명이다. 대성은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그래서 기업문화도 변하고 있다. 그것을 한마디로 꼬집어 말하기는 어렵다. 아직 다져가는 단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가지는 분명한 것 같다. 대성은 지금 변신중이다. ◎김영훈 그룹기획실장/“내실은 우리자랑” 대성그룹 변신의 막후에는 창업자인 김수근 회장의 3남인 김영훈 그룹기획실장(사장)이 자리하고 있다. 경기고, 서울법대를 나온 김사장은 탄탄한 학맥에 미국 미시간주립대, 하버드대 경제학 석사, 미국 시티은행 근무 등 화려한 경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그룹 중장기계획 작성의 핵심역할을 하고있다. ­대성그룹의 문화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내실과 인화라고 생각한다. 경영층은 임직원에게 평생 직장으로 안락한 근무여건을 제공하는데 최우선의 투자를 해왔다. 대성에 20∼30년 근무한 임직원이 많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본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끈끈한 인간애가 싹트는 것 같다. ­2000년대 대성의 모습을 어떻게 그리고 있는가. ▲2001년 국내 15대 그룹 진입이 목표다. 대성은 외화내빈의 기업이 아니다. 마음만 먹으면 지금 당장이라도 30대 그룹 진입은 어렵지 않다. 덩치 큰 한두개 기업을 인수하면 된다. 은행에서도 사업성은 유망하지만 재무상태가 부실한 기업인수 제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대성은 자산 부풀리기에는 큰 관심이 없다. 계획대로 차근차근 진행할 것이다. 대성 임직원들의 정신자세는 이미 10대그룹 임직원들과 같다고 자신한다. ­대성은 땅부자라는 얘기가 많은데 구체적으로 얼마나 되는가. ▲(웃으면서)대성탄좌 등 사업구조 특성상 많은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게 사실이다. 전국토의 1천분의 1 정도인 것으로 알고 있다. 대성자원과 대성산업을 최근 합병한 것도 건설업을 강화해 보유부동산을 본격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업무체제를 갖추자는 포석이다. 김사장은 『대성그룹 각 계열사는 극심한 불황 속에서도 지난해 대부분 흑자를 냈다』며 『21세기를 대성과 함께할 인재는 언제든지 연락을 달라』고 자신있게 말했다.<정승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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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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