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처음으로 한국의 전시기획자가 외국 비엔날레의 전시기획을 맡았다. 그 주인공은 미술계에서 중국통으로 자부하고 있는 독립 큐레이터 이원일(45)씨. 그는 오는 2006년 9월5일부터 2007년 1월5일까지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제6회 상하이 비엔날레의 전시감독으로 선정됐다. 이씨는 각국 큐레이터 30여명과 경합한 끝에 조직위원회로부터 최종 낙점을 받았다. 이씨는 “이제 한국 기획자가 국제 미술 비엔날레의 감독으로 선임되는 시대를 열게 됐다. 해외 각지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후한루 등 중국의 스타큐레이터들이 한국의 광주비엔날레의 큐레이터로 초빙되던 시기를 기억한다. 이제 이러한 현상을 역전시키는 역할의 선두에 나선 것에 내 스스로도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면서 “나의 꿈과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베니스비엔날레ㆍ상파울루비엔날레 등 세계적 비엔날레로의 진출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좋은 후배들이 양성돼 중국의 페이다웨이ㆍ후한루ㆍ판디안, 그리고 일본의 유코 하세카와 등의 스타큐레이터들과 무한경쟁을 펼칠 수 있는 한국의 스타큐레이터들이 배출되길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총감독제가 없는 상하이 비엔날레에서는 이씨가 중국인 감독 1명, 대만계 미국인 감독 1명과 함께 전시감독으로 활동할 예정이다. 상하이 비엔날레는 신생 비엔날레지만 세계 미술시장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 중국 현대미술의 산실로 성장해나가고 있다. 이번 비엔날레의 총예산은 30억위안. 세계 각국서 몰리는 큐레이터 수만도 2,000명이 넘는다. 이씨는 “상하이 비엔날레는 출범한 지 10여년 만에 급성장하는 중국경제 부흥을 등에 업고 아시아 대표 비엔날레로 성장했다. 베니스 등 노후화돼가는 서구 비엔날레에 비해 신생 비엔날레로서 역동성과 아시아의 대표성, 그리고 중국 현대미술을 향한 전세계인의 폭발적 관심 등에 의해 엄청나게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한국인 큐레이터를 선정한 것에 대해 그는 “칭다오ㆍ베이징 비엔날레 등의 공식행사 관계자들과의 토론이나 아시아 각국에서의 심포지엄 참가 때 국제비엔날레 흐름과 중국현대미술과의 관계성 및 방향성과 문제점에 대한 진단이 어필했던 것”이라며 “상하이가 내게 기대하는 것은 비엔날레 메커니즘 자체의 국제화와 함께 북한 미술을 국제 무대에 진출시키는 것”이라 설명했다. 상하이 비엔날레의 잠정적 주제는 ‘하이퍼 디자인’. 이씨는 “급변하는 중국인의 삶의 디자인이나 도시의 변화 등을 총체적으로 보여줄 계획”이라면서 “북한작가 초청 미션 역시 평양시내의 라이프스타일을 조명하는 방법 등을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중앙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뉴욕대 미술대학원을 나온 뒤 토탈미술관, 갤러리 이즘, 성곡미술관 큐레이터, 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부장을 거쳐 2004년 광주비엔날레에서 아시아ㆍ태평양 담당 큐레이터로 활약했다. 해외에서는 2004년 폴란드 우치 비엔날레 초청 큐레이터, 타이베이 현대미술관전시회 초빙감독, 2005년 6~8월 상하이 젠다이미술관 개관전 초빙감독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