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12월 1일] 가난한 여인이 밝힌 등불 하나

가난하고 천한 여인이 있었다. 부처가 온다고 하는데도 여인은 마땅히 드릴 만한 것을 갖고 있지 못했다. 온종일 굶으며 구걸해 겨우 한 푼을 얻었다. 여인은 한 푼어치의 기름을 사 정성을 다해 등을 만들었다. 부처가 지나는 길목에 온갖 호화스러운 등불이 늘어선 가운데 여인은 작은 등불 하나를 밝혀 놓았다. 밤이 깊어지면서 왕과 귀족들이 밝힌 크고 화려한 등불이 하나 둘 꺼져갔다. 그런데 오로지 여인의 등불은 홀로 남아 활활 타올랐다. 부처의 제자가 이를 끄려 하자 등불은 더 밝게 타오르며 세상을 환히 비췄다. 빈자일등(貧者一燈). 물질의 많고 적음보다 정성이 소중하다는 뜻이다. 세밑 생활이 어려운 이웃사랑 캠페인이 시작되는 날 떠오른 단상이다. 한 해가 저물어가는 이즈음이면 자식의 부양을 받지 못하고 홀로 사는 노인들이나 부모의 사랑에 목말라 하는 소년소녀가장들이 겪는 물질적 고통과 정신적 소외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더구나 불황의 한파가 전국을 강타하면서 가난한 사람들의 형편은 더욱 어려워졌다. 경제한파를 녹여줄 작은 등불이 다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 나누는 것은 반드시 물질적인 것만 의미하지는 않는다. 측은지심과 정성스러운 마음이 재물 이상의 힘이 되기도 한다. 올해 11만 자원봉사자 시대를 연 대전시는 행정안전부로부터 ‘전국 최우수 자원봉사도시’로 선정됐다. 모 일간지를 통해 소개된 대전시청 직원의 특별한 보시도 세인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던져줬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봉사활동 마일리지제’를 운영하고 있는 시의 한 직원이 1,212시간 봉사활동을 한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하루 4시간씩 봉사활동을 해도 303일을 꼬박 채워야 가능한 시간이다. 이 직원은 대부분의 주말을 복지시설에서 장애인들의 목욕ㆍ식사를 도와주고 청소를 하며 보냈다. 평일 저녁에는 장애인 야간학교 하교를 위한 차량봉사에 동참했다. 주말이면 가족들까지 모두 나선다고 한다. 이처럼 넉넉하지 못한 생활 속에서도 봉사와 기부를 아끼지 않는 사람들은 베푸는 것이 단순한 적선이 아니라 행복을 위한 선택이라는 사실을 일찌감치 깨닫고 실천하는 이들이다. 물질적인 기부뿐만 아니라 몸소 나서서 더불어 사는 의미를 실천해보는 것도 중요하다. 올 세밑에는 고아원ㆍ양로원 등 복지시설을 찾아 이웃사랑을 다지는 행복을 나누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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