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정말 편해졌습니다.”
4일 ADTㆍCAPS 인비테이셔널 1라운드을 마친 박세리는 기자들과 만나 “말 뿐 아니라 마음까지 골프를 즐기는 게 무엇인지 알게 됐다”면서 “남자들이 나를 많이 부담스럽다고 하는데, 올 겨울에는 진짜 편하게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다”고 말했다.
말투나 표정 하나하나가 예전에 비해 크게 부드러워진 그는 마음 속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풀어 놓았다. 이 자리에서 오는 12월4일 열리는 한일전 출전도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가장 먼저 꺼낸 말은 자신에 대한 이해. 박세리는 “전에는 샷 하나 실수하면 세상 끝날 것처럼 낙담하며 자책하곤 했는데 이제 생각 없이 치는 것이 도움이 될 때가 있다는 것도, 실수 하나에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됐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박세리는 이어 “전에도 이 같은 말을 자주 했지만, 진짜 즐기는 게 무엇인지 몰랐다”며 “지금은 남은 라운드가 짧게 느껴질 정도로 재미있다”고 말했다. “나인브릿지부터 2주동안 국내 대회를 치르면서 팬들의 성원과 격려에 큰 힘을 얻은 덕”이라는 그는 “전성기의 기량에 비해 50~60%는 회복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타이거우즈와 함께 할 라온 대회나 한일전도 기대된다”는 박세리는 “특히 짧은 기간이지만 배울 것이 무척 많을 것 같아 설렌다”고 강조했다. 한일전에 대해서는 “반드시 3연패를 이루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박세리는 “이런 기회 아니면 언제 나 스스로를 돌아 봤겠나”면서 샷이나 기량 뿐 아니라 삶 그 자체에 대한 생각도 깊어진 듯 보였다. 그는 “소렌스탐이 안정된 모습을 보이는 것은 결혼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며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한국에 있을 때 남자도 좀 만나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형은 딱히 없지만 이해심 깊은 사람이면 좋겠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러나 곧 “아직 그랜드슬램이나 올해의 선수 등 못 이룬 목표가 많다”며 동계훈련을 열심히 해 내년에는 반드시 미국 무대에서 부활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김진영골프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