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특별기고] 은행도 `신용쌓기'에 사활걸어야

(林鎭國,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국내 은행산업은 제일·서울은행 매각의 중대한 고비를 넘기며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98년에는 정부주도하에 국제통화기금(IMF)형 구조조정을 거쳐 금년중에는 일부 은행의 구조조정 마무리와 함께 본격적인 합병은행의 출범과 경영 정상화가 진행될 예정이다. 장차 은행산업은 결코 옛날과 같은 영업 여건으로 회귀할 수 없을 것이다. 우선 BIS 자기자본 비율의 충족의무와 적기 시정조치의 도입으로 자산 건전성과 경영 전반에 관한 항시적 감시가 이루어진다. 또 대출시에 담보나 보증의 설정도 쉽지 않게 되었으며 꺾기 등의 관행도 금융감독원의 단속 대상이다. 한편으로 대출시장의 주요 고객인 우량 기업들은 부채비율 200% 충족, 상호지급보증의 청산 등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차입 규모를 줄여야 할 입장이다. 기업들은 앞으로도 간접금융에만 의존하는 자금조달을 지양하는 대신에 증권 발행이나 자산담보부증권(ABS),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 직접금융을 중시할 것이다. 은행 입장에서 더욱 심각한 것은 은행의 까다로워진 대출 정책에 비해 자기신용력을 바탕으로 한 직접금융시장 활용이 자금조달 비용면에서 더 저렴하다는 기업의 인식이 강해지고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더욱이 기업의 입장에서 볼 때 신규 자금조달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보유 자산이나 채권을 통한 현금 유동성 개선도 중요해졌다. 필요하면 사업의 전체 또는 일부를 매각해서라도 자금 융통과 현금흐름을 좋게 만들고자 한다. 내구소비재의 매출채권을 할부금융사에 떠넘겨 자금회전을 원활하게 할 수 있다. 은행산업 구조도 국내외 합자계, 외국계, 국내 합병은행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되었다. 수익 기반 측면에서 일반 대출 외에 특정 물건이나 사업을 대상으로 한 할부금융, 리스(여신전문금융), 사업매각이나 인수주선(투자은행), 보험 설정(손해보험), 나아가 복잡한 금융공학(증권사,종합금융) 등 유망 시장을 놓고 전방위 경쟁이 벌어질 것이다. 이러한 시장에서 해외 금융회사들이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절대 우위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향후 국내 은행산업은 생존 기반과 경쟁력 원천을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전통적인 여수신을 통한 이자 수입은 새로운 금융상품의 개발을 통해 계속 유지시켜야 되는데 이를 위해서는 비용 절감과 이용 편의성 제고가 필수적이다. 여기에 적지 않은 투자 비용이 들 것으로 보인다. 기업과 가계의 금융이용자들은 다양해진 경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각종 금융자문 서비스를 요구하고 있어 이에 부응하는 영업 내용도 필요하다. 각종 수수료 수입도 경쟁자의 증가와 함께 전자금융화에 의한 통합 서비스화 추세에 따라 나름대로 신상품 개발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장차 중요한 수익 원천이 될 투자운용도 각종 금융위험이 증대되고 건전성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운용기법의 전문성도 갈수록 더욱 필요해질 것이다. 이에 따라 장차 은행산업의 경쟁력 유지 또는 확보 노력도 결코 용이하지 않은 것이다. 여기서 여전히 은행산업의 핵심적인 경쟁력 원천으로서 간과할 수 없는 것이 바로 「높은 신용력」이다. 그러나 우리 은행들은 지난 IMF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만기전의 대출 회수, 만기 연장 불허, 일방적인 금리 대폭인상 등으로 국내 고객의 「신용」을 크게 상실하였다. 물론 이미 부도 직전까지 간 국가 신인도 추락에 뒤이은 연쇄적 결과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국가적 차원에서 볼 때 한국 금융위기를 불러온 금융 부문의 낙후성이 관치금융의 결과이든 방만한 기업 대출 관행에 기인한 것이든 여기서는 차후 문제라 하겠다. 금융의 본질이라고 할 신용력이 사라지는 것이야말로 국가 존망에 비유될 치명적인 사안으로 인식될 필요가 있다. 향후 국내 은행들은 BIS 비율이나 신용평가등급을 높이 유지하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을 전망이다. 그러나 고객에 대한 일관된 신용을 쌓지 않은 은행도 도태되지 않으면 안된다. 이러한 토양을 조성해주는 것이 우리나라 금융 행정의 나아갈 길이기도 하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