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납세자 연말정산 '골탕'

의료비 영수증 일괄발급 '안하나…못하나'<br>병원·약국등 일일이 찾아 영수증 챙기는 불편 여전<br>복지부·국세청·의료계 등 떠넘기기식 발뺌에 급급

회사원 권모씨(37)는 올해 연말정산에서 의료비 공제를 위한 영수증을 준비하다가 난감해졌다. 지난 7월 대구에서 서울로 이사하는 바람에 대구로 내려가 자녀들이 다녔던 병원과 약국을 일일이 방문해야만 ‘총급여 3%’라는 공제 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권씨는 “연말정산 때 의료비 공제를 받기 위해서는 상당한 인내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며 “수술 등에 따라 의료비 지출액이 공제 기준을 훌쩍 넘기는 경우가 아니라면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유리알 지갑’인 샐러리맨의 당연한 권리인 세금환급을 보다 쉽게 도모하기 위해서는 의료비 영수증 일괄발급 시스템이 하루빨리 구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영석 한국납세자연맹 세제개선위원장은 “의료비 영수증을 일일이 챙겨야 하는 불편함을 느끼는 납세자들이 많다”며 “납세자의 권익과 투명한 세정을 위해서 의료비 영수증의 전산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납세자연합회의 다른 한 관계자도 “수년 전부터 영수증 일괄 발급 시스템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정부가 제대로 나서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같은 요구에도 불구하고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와 국세청, 건강보험공단, 의료계는 떠넘기기식 발뺌에만 급급하다. 공단측은 보험으로 처리되는 급여 부분만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병ㆍ의원과 약국에서 처리하는 비급여 부분에 대해서는 어찌해 볼 도리가 없다고 난색을 보였다. 또 급여분만 일괄 제공하더라도 반쪽짜리로 전락하기 때문에 하지 않는 것만 못하다고 덧붙였다. 시스템 구축에 난색을 보이기는 보건복지부도 마찬가지. 비급여부분에 대해서는 병ㆍ의원과 약국이 공단에 자료를 제출하도록 강제할 수 없는 만큼 자체적인 일괄 영수증 발급시스템을 구축할 때까지 기다릴 수 밖에 없다고 발뺌했다. 특히 의사협회는 비급여 자료의 공단 제출에 대해 펄쩍 뛰고 있다. 권용진 의협 대변인은 “소득공제를 원할 경우 발품을 팔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비급여 자료를 공단에 제출하거나 의협 같은 관련기관에서 관리해 소득공제용으로 발급하는 것은 발상 자체가 이상하다”고 주장했다. 또 국세청은 납세자 권익을 보호하고 의료기관 수입을 낱낱이 살필 수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시스템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한걸음 물러서는 입장을 보였다. 원천세과 관계자는 “공단에서 의료비에 대한 모든 자료를 관리하려면 건강보험법 등 관련 법을 개정해야 하고 대규모 인력과 시스템도 필요하다”며 “보건복지부와 건보공단, 의료계와 함께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무원은 “여러 부처가 관련돼 있는 데다 거대 이익집단인 의료기관이 버티고 있는 만큼 서로 총대를 매지 않으려고 떠넘기려는 인상이 짙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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