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국민건강증진법 시행규칙 개정에 따라 금연구역 확대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지상 전철승강장, 목욕탕 탈의실, 건물 휴게실 등에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쉽게 눈에 띄는 등 아직까지`금연구역`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이 낮아 참여 도는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영업장 면적의 2분의1을 반드시 금연구역으로 지정해야 하는 PC방, 만화방, 오락실은 주인들이 개정안을 잘 모르는 등 상당수가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어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계도 및 단속이 시급한 실정이다.
8일 오후 패션몰이 몰려있는 서울 동대문운동장 부근의 한 PC방. 천정에 `흡연구역``금연구역`의 푯말만 부착했을 뿐 칸막이는 설치하지도 않았다. 같은 건물 아랫층에 있는 만화가게는 아예 `금연``흡연`표지도 없어 손님들이 아무 곳에서나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주인인 김모(42ㆍ여)씨는 “넓은 평수의 만화가게만 금연 설치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되물어 개정안을 잘 모르는 듯 했다.
부근에 있는 또 다른 PC방 몇 군데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 곳에선 비록 칸막이를 가로, 세로에 하나씩 설치해 금연구역을 구분했지만 복지부가 권하는 기준 높이(1m20cm)에 맞지 않을 뿐더러 입구를 제외한 모든 곳을 칸막이로 막아야 한다는 규정에도 크게 어긋났다. 의무 사항인 환풍기 등 환기시설을 새로 단 곳도 별로 없었다.
이와 함께 영업규모가 영세한 동네의 전자오락실은 “장소가 협소한데다 설치비용도 부담스럽다”(공덕역 부근 A오락실)는 이유로 대부분 칸막이를 설치하지 않고 종전대로 영업을 하고 있었다.
새 법의 적용을 받는 면적 45평 이상의 음식점들은 대부분 금연구역을 따로 정해놓고 영업을 하고 있지만 흡연 단속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분위기다. 경기도 과천의 한 대형 음식점의 점심시간. 벽에는 `금연구역`이라고 써 있지만 손님들이 식사 뒤 재떨이를 요구하자 종업원은 순순히 갖다 주는 모습이었다. 음식점 주인은 “손님들이 술을 마시다 보면 자연스럽게 담배를 피우는데 야박하게 피우지 말라고 할 수 있냐”며 “매상에도 지장이 있을까 봐 가능한 지적을 안 한다”고 말했다.
또한 족히 50평이 넘어보이는 신촌의 한 카페엔 테이블마다 재떨이가 버젓이 놓여 있어 새 법을 무색케 했다. 이번에 새로 금연구역으로 정해진 병원 건물 내, 전철 승강장 등은 아직 홍보 부족 탓인지 곳곳에서 흡연모습이 목격됐다. 국철인 용산역 지상 승강장의 경우 `이 곳이 금연구역이냐`며 담배를 피는 시민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고, 충무로의 C병원 입원실이 자리한 7~9층 계단 곳곳에서도 담배꽁초 및 담뱃재가 눈에 띄었다. 국회의사당 건물 또한 금연구역인 각 층 휴게실에서 내뿜는 담배연기로 자욱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3개월간의 계도기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금연구역확대 시행에 미흡한 점이 많다”며 “15일까지 홍보를 계속한 뒤 시정되지 않으면 이후부터 강력한 단속에 들어가겠다”고 강조했다.
<홍준석기자 jshong@se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