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강남의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주택가격이 상승하여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 아파트는 1962년 완공된 마포 아파트다. 몇 년 전 재건축이 완료되어 초고층 아파트로 변했으니 우리는 제2 세대 아파트에 살고 있는 것이다.
마포아파트는 박정희 대통령이 우리나라의 경제발전 실태를 북한에 알리기 위하여 소위 정치적인 목적으로 건설되었다고 한다. 초창기에는 집이 팔리지 않아 사회 유명인사나 연예인 등의 입주를 유도하였다고 한다. 얼마 후부터 집값이 오르기 시작하였는데 이것이 우리나라 아파트 투기의 효시다. 이후 반포, 잠실아파트 등 아파트 공급이 확대되어 2003년 현재 아파트는 전체 주택의 과반수를 넘고 있다. 특히 서울 등 대도시는 고층아파트로 뒤덮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에는 20년만 경과하면 쓸만한 아파트도 헐고 고층아파트로 재건축을 시도한다. 재건축이 비용부담 없이 큰집을 얻는 등 재산 증식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들 보다 산업화를 먼저 경험한 선진국의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들도 한때는 아파트를 많이 건설하였으나 최근에는 환경이 좋은 저층 주택을 많이 건설하고 있다.
미국도 1950년 초 뉴욕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고층아파트단지를 건설하였다. 그 당시만해도 철근콘크리트 구조물의 일반화와 엘리베이터 기술의 발전으로 고층아파트의 건설은 산업화와 기술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아파트가 지닌 범죄의 취약성, 유지관리의 어려움 등으로 70년 들어 아파트 건설 열기는 식었다. 미국은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 조차도 저층주택으로 건설하고 있다.
미국이야 땅이 넓어 그랬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영국도 미국과 같은 길을 걸어왔다. 영국도 50년 후반 고층아파트를 많이 건설했으나 90년대부터는 고층아파트를 헐고 연립주택으로 재건축하고 있다. 저층으로 재건축을 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쾌적한 주거환경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미국과 영국사례는 우리나라 아파트의 앞날을 예시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주택은 수명이 50년 이상으로 내구성이 긴 상품이므로 건설에 앞서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예측하여야 한다.
따라서 재건축도 현재의 이익만을 추구하여 빽빽한 아파트 숲을 만들기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할 수 있는 환경친화적인 단지개발을 지향해야 할 것이다.
<고철(주택산업연구원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