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韓中日 바둑영웅전] 우악스러운 떼쓰기

제4보(63~100)


흑63의 선택에 최철한은 5분의 시간을 썼다. 작전의 기로였다. 실전처럼 63으로 몰 것인지 참고도1의 흑1로 몰 것인지 선택이 어려웠다. 참고도1의 흑1이면 백8까지는 외길이다. “백의 실리는 확실하고 흑의 외세는 불확실해서….” 최철한은 이 그림을 버리고 실전의 흑63을 택했다. 격렬한 육박전이 벌어졌다. 바둑의 육박전은 예측이 가능하다. 싸움의 길과 법칙이 있기 때문이다. 그 결말을 쌍방이 알고 있었다. 흑95까지는 외길수순이나 다름없다. 백은 좌상귀의 실리를 얻었고 흑은 중원 전투의 주도권을 틀어쥐었다. 양상은 참고도1과 거의 비슷하지만 흑의 주도권이 훨씬 강하다는 점이 다르다. 흑95가 놓인 시점에서 검토실의 여론은 흑이 좋다는 것이었다. 백이 일단 코너에 몰렸다. 좌변의 백 6점을 살리자니 전망이 불투명하고 버리자니 너무도 아깝다. 살리려면 가로 모양을 갖추어야 하는데 그런 식으로 살다가는 좌하귀 일대가 거대한 흑진으로 굳어질 것이다. 계속해서 싸우자면 참고도2의 백1로 일단 뻗어야 하는데 흑2를 당하면 왼쪽 백 6점이 더이상 옴쭉달싹할 수가 없다. 여기서 구리의 우악스러운 떼쓰기가 등장했다. 백96 이하 100의 이 생떼. “의외로 만만치가 않더라고.” 최철한의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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