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보험사가 지난 2007년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 당시 골드만삭스에서 판매한 파생상품 투자로 손실을 본 투자금액의 일부를 배상 받는다. 미 법원 판결이 아닌 골드만삭스와의 합의에 따른 것으로 글로벌 투자은행이 불완전판매 혐의를 인정한 첫 사례라 의미가 적지 않다. 하지만 이번 배상이 국내 다른 금융기관의 소송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6일(현지시간) 메릴린치를 상대로 제기한 우리은행의 소송은 공소시효 만료를 이유로 기각됐다.
7일 금융 당국 등에 따르면 흥국생명과 흥국화재가 최근 골드만삭스로부터 총 206억원을 돌려받기로 합의했다. 골드만삭스가 판매한 부채담보부증권(CDO)에 투자해 날린 4,700만달러의 4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앞서 흥국 측은 지난 2011년 골드만삭스를 상대로 뉴욕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으며 배상 합의에 이른 직후인 지난 1월 말 소송을 취하했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골드만삭스가 2010년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CDO를 판매하면서 허위 내용을 기재하고 투자자를 호도했다는 등의 이유로 사상 최대 규모인 5억5,000만달러의 합의금을 낸 적이 있는데다 흥국 측이 불완전판매를 입증할 수 있는 메일 등의 증빙자료를 확보해 합의점에 도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이번 배상이 다른 금융기관의 소송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단정하긴 어렵다"며 "소송 당사자와 내용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6일 우리은행은 1억4,300만달러 규모의 CDO 투자 손실과 관련해 메릴린치에 제기했던 소송을 기각당했다. 지난해 말 스코틀랜드로열은행(RBS)과의 소송에서 패소한 데 이어 또다시 쓴 잔을 마신 셈이다.
빅터 머레로 미국 지방법원 판사는 판결문을 통해 "이번 소송이 한국 법에 규정된 소멸 시효인 3년이 경과된 후에 제출됐다"며 우리은행의 소송을 기각한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앞으로 씨티은행과의 소송을 남겨두고 있으며 농협은 모건스탠리ㆍ무디스 등에 손해배상을 청구한 상황이다. 국내 보험사는 생보ㆍ손보를 합해 2억달러가 넘는 손실을 입었는데 소송 없이 피해액을 손실 처리했다. 일부 보험사의 경우 이번 배상에 영향을 받아 소송에 나설 가능성도 없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