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은행 대형화가 되레 부실위험 더 커

정부가 금융시장 안정을 명분으로 합병을 통한 은행의 대형화를 추진해왔으나 이 같은 대형화가 오히려 부실위험을 가중시킨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연구위원은 15일 `은행의 대형화와 은행 부실 위험`이라는 연구보고서에서 지난 2000년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은행의 주가를 분석한 결과 대형 은행일수록 주가의 등락 폭이 상대적으로 높아 변동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는 “주가 변동성은 기업이 증권시장에서 위험하고 불안정하다는 평가를 받을수록 크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이 같은 연구결과가 은행이 대형화되고 시장 지배력이 강화될수록 공격적이고 위험한 방식으로 자산을 운용해 부실 위험이 커진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무수익 여신 비율이나 대손충당금 비율 등 일반적인 자산 건전성 지표로는 은행의 규모와 부실 위험과의 상관 관계가 나타나지 않지만 그렇다고 대형 은행이 더 안전하다는 징후도 엿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외환 위기 이후 은행 수가 너무 많은 것이 은행산업을 불안정하게 만들었다는 진단에 따라 정부가 대형화 정책을 취해 왔지만 그 효과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있다”며 “대형 은행의 도산은 전체 금융 체계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이에 따라 적기시정 조치등 감독장치를 예외없이 적용해 금융기관의 자발적인 위험관리를 유도하고 대형 은행들이 예금보험제도를 믿고 도덕적 해이에 빠지지 않도록 예금보험료율을 위험 수준에 따라 차등 반영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승량기자 sch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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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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